관리조직 강화 '사업소'로 승격
습지·역사전문가 등 탐방 동행

창원시가 2020년 조성 100주년을 맞는 주남저수지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방안 마련에 나설 모양새다.

허성무 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주남저수지를 방문해 겨울 철새 탐방을 했다. 이날 탐방에는 김정대 창원시 근현대사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양해광 향토자료관 관장, 습지 보존에 특별한 관심을 지닌 시민 등이 동행했다.

허 시장은 동행자들로부터 내년 조성 100주년을 맞는 주남저수지 역사,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로 성장하게 된 과정 등을 들으며 보존·관리에 구체적인 상을 그렸다.

허 시장은 먼저 2019년 상반기 조직개편으로 의지를 내보였다. 허 시장은 그동안 환경녹지국 환경정책과 산하 담당계로 운영하던 관리 조직을 '주남저수지사업소'로 승격해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사업소는 주남관리팀 4명, 생태시설팀 4명으로 꾸려졌다.

▲ 허성무(맨 오른쪽) 창원시장이 19일 주남저수지를 탐방하고 전문가와 시민에게 생태 보존에 필요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와 그 일대는 개발과 보전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연경관 명소이자 생태 체험학습 공간으로 사랑받는 만큼 이와 연계해 이 일대에 음식점, 카페, 사진미술관 등을 지으려는 등 개발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동읍 일대 너른 터는 땅값이 싸 공장 용지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환경단체는 철새 서식 환경을 지키고자 이들 개발론자 논리와 이를 묵인하려는 시 행정에 반대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역 역사학계에서는 주남저수지를 '근대산업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유장근 경남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애초 이곳은 낙동강에서 흘러들어와 만들어진 5개 호소였으나 러일전쟁(1905) 이후 진영에 진출한 일본인이 제방을 쌓고 농장을 세우면서 늪지를 통합해 저수지로 만들었다"며 "무라이 기치베라는 일본인이 제방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제방 사업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등 아픔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유 명예교수는 이어 "이른바 무라이 제방은 지금도 자동차 길로 남아 그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2014년 봄 현지답사로 확인했다"며 "보존과 개발 논의 이전에 주남저수지 일대 역사적 조사가 선행돼야 이곳의 의미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허 시장이 이렇듯 주남저수지 관리 조직을 '사업소'로 승격시키고 역사 문화 생태 전문가들과 함께 이 일대를 탐방한 점은 개발보다 보존에 시책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허 시장은 이날 주남저수지를 찾은 탐방객들과도 함께 겨울 철새를 탐조하며 생태 환경 보전 관련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허 시장은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도심 가까이에 있다는 건 창원시민에게 큰 복"이라며 강신오 주남저수지사업소장 직무대리에게 "잘 보존하고 가꾸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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