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와사 사택 등 일부 '방치'
개항 120주년 맞아 관리 시급

전남 목포에서 '손혜원 국회의원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산에서는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 차라리 투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1897년 개항한 목포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 등 근대문화유산이 여럿 남아있다. 그 일대를 '1897개항문화 거리'라고 한다. 손 의원과 측근이 이 거리에 있는 적산가옥과 카페 등 건물 10여 채를 사들였는데, 이후 문화재로 지정되자 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투기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1899년 개항한 마산항 주변 일명 창원시 '신마산' 지역에 남아 있던 근대 건물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논리에 밀려 보전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 방치되거나 헐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산항 개항 120주년을 맞아 체계적인 근대 건축물 관리가 시급하다.

▲ 1930년대 일제강점기 지어진 마산 최초의 전기회사 사장 관사 등으로 사용된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1가 4-16번지(반월동) 일대 일한와사 사택.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에 1909년 지어져 100년 동안 자리 잡았던 양조장 '삼광청주' 철거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삼광청주는 2011년 헐렸고, 그 자리에 다가구 주택이 들어섰다. 근대건축물을 잘 보전·관리해온 군산시 한 공무원은 사라진 삼광청주 사진을 보여주자 "군산에는 이처럼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이 없어요. 복원이라도 해야 할 판에 100년 넘은 유산을 허물고 있다니…"라고 했었다.

'경남도 근대건축문화유산'을 보면 마산지역에 마산헌병분견대, 벧엘교회, 박효규 가옥(황병원), 김영만 가옥(창신학교 사택), 상남동 주택(구 마산역 철도관사), 마산어시장 객주창고, 황강수 가옥(마산우체국장 관사) 등이 등록돼 있다. 창원시는 삼광청주 같은 사례를 막고자 2012년 '창원시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나 여전히 근대건축물 보전·관리는 미진하다. 특히 마산합포구 월영초등학교 뒤편 '일한와사 사택'과 산호동 '지하련 주택'은 보존대책이 절실하다.

일제강점기 전기회사 일한와사는 마산에 최초로 가로등을 밝혔다. 그 사장이 머물던 일한와사 사택은 1938년 지어졌다. 지하련 주택은 소설가 지하련(1912∼?)이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서기장을 역임한 '임화'와 1935~1938년 머물렀던 집이다. 두 건물은 재개발사업구역에 포함돼 있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한 건축가는 "일한와사 사택을 살펴보면 원형이 잘 남아 있고 아주 세심하게 지은 흔적이 있다. 지하련 주택은 일본·서양식이 뒤섞인 고급주택"이라며 "투기든 뭐든 누군가 보존을 위해 나서야 한다. 삼광청주처럼 개발 논리에 뜯겨버릴 수도 있다. 두 건축물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창원시가 소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손혜원 의원 의혹에서 진실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근대 건축물을 지키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무조건 옛날 것을 헐어버리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전북 군산에서는 근대항만역사문화공간, 대구에서는 근대골목이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다. 창원시는 이 점을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역사적 배경과 가치에 대해 우선 조사를 해보겠다. 근대건축물로서 가치가 있다면 심의를 통해 지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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