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삭발하고, 혈서를 쓸 사안인가!" 17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 있던 한 기자의 장탄식. 아닌 게 아니라 이날 오후 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연합이 도의회 앞 주차장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막고자 집회를 열었다. 원대연 상임대표를 비롯해 박근범 동서교회 목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성 등 여러 명이 삭발을 하고, 혈서식도 이어졌다. 사실 삭발과 혈서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이나 노동자, 대학생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인상을 막고자 싸울 때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통상 혈서를 쓸 땐 손가락을 깨물거나 면도칼 등으로 상처를 살짝 내어 피를 짜는데, 주삿바늘로 '콕콕' 찌른 점도 특이해 보였다. 어쨌거나 A4용지 한 장, 한 장 피를 뿌려 '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가 완성되자, '피를 함께 본' 흥분감으로 집회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원 상임대표는 도의회 앞에서 성명서를 읽으면서 이날 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에 2500여 교회가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개신교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 '하늘과 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난잡한 성관계로 성병과 임신, 낙태, 피임부작용, 성폭력 출산율의 저하, 결혼과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우울과 자살 증가' 등으로 큰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데, 도대체 어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비록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쳐도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돼야 할 공청회를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 종교를 믿진 않지만, 개신교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짙어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개신교 신자들께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진정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 등이 걱정된다면 '종교세'부터 내기 바란다. 그 세금으로 아이들, 교사들 권리 더 챙기자고 여론전에 나선다면 나부터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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