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과 인류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
청년이여 자기 가치 비관 말고 희망 갖길

최근 흙수저와 금수저, 흙턴과 금턴이 많이 회자하고 있다. 흙수저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며, 금수저와는 전혀 상반되는 개념"이다. 또한 '흙턴'은 "인맥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자리를 뜻하는 금턴과 반대되는 말로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흙수저·흙턴의 회자는 갈수록 심화되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풍자한 것으로 계층 차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취업난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린 이 시대 청년들의 고통과 아픔을 '흙'에 비유하고 있다.

필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좋지 않거나 어렵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부정적인 뜻으로 '흙'을 가져다 붙이는 것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있다. 과연, 흙이 금수저·금턴 등과 대비해서 형편없고 하찮은 물질일까?

흙은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터전으로, 우주의 행성 탐사에서 흙을 가장 먼저 채취하고 분석하는 것을 보면 흙이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정보산업사회를 이루는 3대 재료는 금속·세라믹·고분자이다. 이 중 세라믹 재료의 원료가 바로 흙이다.

세라믹은 지천에 널려 있는 점토·고령토·장석·규석 등과 같은 천연원료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흙을 고순도로 정제·가공하여 탄화규소·질화규소·알루미나·지르코니아 등과 같은 합성원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흙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세라믹'이다.

흙, 세라믹이 없었다면 오늘날 스마트폰은 탄생할 수 없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80% 이상이 세라믹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마트폰을 이루고 있는 카메라·고주파회로·액정드라이브·디스플레이·콘덴서·스피커 등이 세라믹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좀 더 과장하면, 스마트폰이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이외에도 연료전지는 90%, 센서류는 70% 이상이 첨단세라믹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파란색 번호판을 단 많은 전기자동차가 활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전기자동차 역시 흙, 세라믹이 없었다면 굴러다닐 수 없을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핵심기관인 모터가 자성을 띤 세라믹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주탐험을 마치고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우주왕복선이 1000도 이상의 마찰열을 견디어 내고 무사히 지구에 귀환하는 것도 세라믹 덕분이다.

이외에도 세라믹은 인공치아·뼈를 대체하는 생체재료, 오염된 물과 공기 등을 정화하는 환경재료, 압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압전재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흙은 전자기·초내열·생체적합성·내마모성·절연성 등의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하면서 가치 있는 산업재료로 각광 받고 있다.

이래도 흙을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흙은 하찮은 물질이 아니며, 부정적인 뜻으로 쓰일 단어가 아니다.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갈고 닦아서 고순도의 흙 이른바 '파인세라믹'으로 재탄생한다면 그 가치는 금·은에 버금간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난은 잠시 불편할 뿐이지 운명을 영원히 결정짓지 못한다. 가난 속에서 부자의 꿈을 이룬 경우를 수없이 보고 있다. 절약·갈망·참을성은 가난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고귀한 자산이다. 또한 경험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며,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작은 허드렛일을 받아들이는 자에게 큰 것이 찾아들고, 미래의 큰일에 영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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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청년들이여, 흙이라고 비관 말고 희망을 갖고 정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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