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음주운전 뉴스가 넘친다. 항시 술자리가 많다. 음주운전처벌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술에 관대하다. 우리가 이렇게 술에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마천은 <사기>에서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 못 마시면 독이 된다고 하였다. 사마천은 술이 가진 의미를 세 가지로 정의했는데, 첫째 술은 과거와 현재, 조상과 후손을 이어주는 매개라고 했다. 술이 없으면 조상과 만남이 이어지지 못하니 제사에 술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술이 인간의 이성보다는 감성, 즉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감성으로 드나들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술은 상하 간에 관계를 돈독하게 맺어준다고 했다. 임금과 신하, 상사와 부하, 그리고 친구 사이에도 술이 없으면 그 관계가 돈독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술은 갈등과 반목 관계를 풀어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심한 갈등도 술을 매개로 용기를 내어 화해할 수도 있고 오해를 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마지막으로 술을 통해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술 때문에 패가망신할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마시지 말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다. 그는 죽었다 살아나기를 거듭하는 부활의 신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작가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디오니소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씨앗이 대지에 들었다가 제 몸을 썩히고, 싹을 내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다시 대지에 들어 제 몸을 썩히는 이치를 생각하라. 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한 알의 곡식과 과일이 있는 이치를 생각하라. 내가 너희에게 준 술과 술자리는 쾌락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다. 내가 너희에게 준 술은 무수한 생명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의 웅덩이다. 빠져있겠느냐, 헤어나오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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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술자리가 많다. 술이 가진 좋은 뜻을 이해하고 잘 이용하면 더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술로 말미암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마저 파멸로 이끄는 음주운전과 같은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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