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직전 '윤리특위 구성' 삭제 등 중요 내용 수정

지난해 11월 9일 시의장과 운영위원장 간 폭행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된 밀양시의회가 시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중요 내용이 임의로 수정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밀양시의회는 지난해 11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시의회 의원 일동'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시민들께 드리는 사과문'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시의회는 "불미스런 폭행 사태로 시민 여러분께 충격을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사과문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12일 전체 의원이 의논해 결정한 사과문 내용과 달라졌다.

원래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사과문에는 '해당 의원에 대해서는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 시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시민과 시의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본래 취지가 보도자료로 배포될 때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모호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정규(자유한국당·마 선거구) 부의장은 "오전에 의원들간 합의한 사항이 있었는데도, 당일 오후에 민주당 의원들이 따로 성명서를 낸다는 얘길 듣고 합의사항이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며 "보도된 사과문은 시민에게 사과하는 내용 등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갔다"고 사과문 임의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사과문은 13일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됐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그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폭행 사건 가해자인 김상득 의장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성명을 빌미로 12일 합의한 사과문이 무의미하다며, 문구 임의 수정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문 내용을 합의할 시점에 성명서 발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건 인정한다"며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사과문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은 물론 수정한 사과문을 마치 전체 의원이 합의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한국당 의원 일동으로 발표하든지 아예 발표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 사과문 내용 수정 파문이 17일 현재까지 이어지는 까닭은 원래 합의했던 사과문 내용에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이 명시됐다가 빠졌기 때문이다. 정 부의장은 "물의를 빚은 두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밀양시의회는 지난 2006년 윤리특별위원회를 비상설기구(사안이 발생할 때만 구성)로 가동하도록 의회 규칙에 제정해 놓았으며, 12년 동안 윤리특위는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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