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권경영위원회 출범,간부회의 발언 문제제기 안해

창원시설공단 이사장 막말 논란과 관련해 공단이 지난달 만든 '인권경영위원회'가 제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창원시설공단 인권경영위원회는 인권전문 변호사와 노무사, 시설 이용 회원, 공단 입주업체 대표 등 외부위원 4명과 경영본부장, 운영지원부장, 노조위원장 등 내부위원 3명 등 모두 7명으로 꾸려져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공단은 인권경영위 발족을 계기로 인권존중 문화 정착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었다. 인권경영위 활동의 핵심은 인권 침해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인권경영위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환구 이사장의 막말 파문이 나왔다. 허 이사장이 문제 발언을 한 지난 2일 취임 첫 간부회의는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생중계됐다. 허 이사장은 이날 환경사업관리소장에게 "내 국장할 때 성산노인복지관장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 부서에 있나? 좌천됐구나", 상복공원 소장에게 "팁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좀 부끄러워도 돼요", 여성 문화센터장에게는 "관장(센터장)은 수영장은 못 들어가겠는데, 남자들이 많이 보려고 해서"라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인권경영위 내부위원은 허 이사장 발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공단에 따르면 인권경영위는 출범 첫 회의 이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잡지 않았다. 첫 회의에서 인권경영헌장(안)을 검토·심의한 게 전부다. 공단 관계자는 "인권경영위는 인권침해 접수가 있다든지, 중대 사안으로 위원 요청이 있을 때 개최하는데 허 이사장 발언과 관련해 요청이 없었다"며 "인권경영위는 지난 연말에 발족해 아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 내 인권 의식을 높이려면 임직원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단은 시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와 통화한 공단 한 내부 인권위원은 "당시 간부회의 생중계를 봤는데, 지역을 비하하거나 여성을 비하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농담이라고 웃어넘겼다"며 "일부 직원이 언론사에 제보를 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시 평화인권센터 관계자는 "허 이사장이 공식적인 간부회의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인권 의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느끼지 못한 직원도 마찬가지"라며 "공공기관이 인권선언이나 인권경영 실천 등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권 의식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17일 공단 내부 직원 게시판에 "격의 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이 지나쳐 일부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표현이 있었다. 부적절한 표현은 분명한 잘못이다. 경솔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께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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