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서 고민해보는 우리의 미래
원로·신진작가 10팀 참여
인간-과학 본질 파고들어
작품마다 다른 해석 내포

예술로 미래를 말해보자. '이성'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과학을 발전시켰다, 그다음은 어떤 인간인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돔하우스에서 '포스트 휴먼(Post Human) 인간 이후의 인간'전을 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획전으로 시작한 전시는 올해도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상반기 기획전이었던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를 잇는다. 전시 주제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넘어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로 확장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작가 10팀(14명)을 초청해 △예술 원형 그리고 지속가능성(김광우, 신이철, 김홍진, 심준섭 작가 참여) △협업과 3D기술을 통해 진화하는 예술(김지수·김선명, 노진아, 김준, 김과현씨(김원화·현창민) 작가 참여) △포스트 휴먼시대의 '공간' 알고리즘(이정윤·오신욱·안재철 작가 참여)으로 나눠 작품을 내보였다.

▲ 김광우 작 '자연+인간(우리의 상황)'

◇과학은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인가?

전시장 로비, 김광우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쓰였던 차가 있고 단단하지만 깨진 흙덩어리가 놓여 있다. 천장에는 미사일이 관통한 해골이 매달려 있다. '자연과 인간'이라는 화두로 오랜 작업을 펼쳐온 작가는 과학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고민했다. 그러곤 노년에 들어 다시 흙에 집중했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흙으로부터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이철 작가는 '로보트 태권브이'를 소재로 적당한 타협을 취한다.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하던 태권브이는 현실 속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버거워하는 중년 남성처럼 형상화했다. 작가는 미래에는 인간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홍진 작가는 방관자를 겨냥했다. 작가는 예술이 과학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되, 갈수록 더 엄격해져야 할 것은 도덕적 양심임을 강조하며 그의 대표 소재 '개미'로 객체와 주체를 드러냈다.

또 심준섭 작가는 공간 설치 작업으로 인간 스스로 들을 수 없는 '심장' 박동 소리를 재현했다. 인간의 근본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청각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렇듯 전시는 소주제마다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한국전쟁을 겪은 원로 작가부터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한 젊은 작가들은 미래에도 예술이 지속할 것인가를 자문하며 저마다 다른 답을 내렸다.

이에 관객들은 전시장을 돌며 자신과 같은 답을 내린 작품에 감정 이입을 할 것이다.

◇"미래의 주체가 되기를"

시대를 앞서가는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식물의 향을 채집한 김지수·김선명 작가의 작품과 3D 관련 프로그램으로 회화적 감각을 극대화한 김준 작가의 작품은 기술혁신시대의 낙관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가이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를 선보인 노진아 작가의 작품과 달을 발견한 기쁨과 동시에 사라져버린 무한한 가능성을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한 김과현씨(김원화·현창민)의 작품 앞에 서면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헤매게 된다.

▲ 노진아 작 '진화하는 신 가이아'

▲ 이정윤·오신욱·안재철 작가가 협업한 작품 '인간과 공간 그리고 통로'
전시장 끝,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순수함을 찾자는 설치작품(이정윤·오신욱·안재철 작가)은 인간 본질에 해당하는 '공간'은 대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전시장 밖에는 강지호 작가가 지난해 상반기 전시 작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목재 폐기물을 예술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폐기물이 자신인 '잭'은 인간 이후의 인간을 묻는 미술관에서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있다고 알리는 힘은 예술에 있다.

곧 닥칠 인간 이후의 인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전시는 3월 24일까지. 입장료 성인 2000원·중고등학생 1000원·초등학생 500원. 문의 055-340-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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