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도민구단으로'재정 자립 시험대
내년 도지사 구단주 겸직불가…도에 의존하는 예산구조 탈피
성적으론 관중유입·자생 한계…마케팅으로 티켓파워층 품어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의 여파는 경남FC를 비롯한 전국의 시·도민 구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도민 구단주는 대부분 해당 자치단체장이 맡고 있지만, 이 역시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 개정 법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프로스포츠 단체' 의 장도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조항이 아니더라도 경남FC 정관에는 '경남체육회장이 당연직 구단주'라고 규정돼 있기에 당연직 체육회장인 도지사가 당연직 구단주가 되는 고리가 끊긴다.

3만 9000여 주주로 구성된 경남FC의 지분은 경남도체육회가 58.92%로 가장 많다. 내년부터는 개정 법에 따라 새롭게 선출되는 경남체육회장이 구단주가 된다.

지난해부터 경남FC 구단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경남FC의 전망을 두고 FC바르셀로나를 언급해왔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 있었다. 김 지사의 이런 전망 제시는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년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발등의 불이 됐다.

지난 7일 경남FC 승리기원의 밤 행사에서 김 지사는 올해를 경남FC가 실질적인 도민구단으로 갈 수 있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민이 주인인 도민구단으로 가는 과정에서 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즉 구단주 문제는 해결의 단초가 놓였다. 하지만 체육인들에 의해 선출된 체육회장이 경남FC 당연직 구단주가 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상법상 주식회사인 '주식회사 경남도민프로축구단'에 '대표이사' 위에 '구단주'라는 직책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정관에는 딱 한 문장 "경상남도체육회 회장은 당연직 구단주로 한다"는 것 말고는 구단주의 지위, 권한과 책임, 역할 등 아무것도 규정돼 있지 않다.

◇예산 = 경남FC 올해 예산은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은 팀 창단 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예산은 경남도 지원 예산보다 자체 확보한 재원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돼 예산 구조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2005년 창단 후 매년 경남도는 100억 원 이상을 구단에 지원해왔다. 그러다가 2015년 K리그2로 강등하면서 도 지원 예산이 급격히 줄어들어 50억∼70억 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부리그로 복귀하면서 도 지원 예산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올해 90억 원 등 아직 100억 원대 회복에는 못 미친다.

올해 구단 예산이 이렇게 크게 늘 수 있었던 것은 비싼 이적료를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영준의 전북 이적으로 13억 원, 박지수 중국 이적으로 22억 원, 말컹 이적으로 최소 60억 원 등이 예상돼 이적료로만 10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일 전망이다.

여기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따른 ACL 메인스폰서, K리그 메인스폰서 등 대형 스폰서를 통해 30억∼40억 원, 그밖에 시·군 지원예산과 스폰서 등을 통해서 벌어들일 예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수입 구조를 계속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다. 올해가 특별한 경우다. 우선 이적료는 지속적으로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보석으로 가다듬어야 올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경남FC가 지난해에 필적할 정도의 성적을 거둔다면 내년 이적시장에서 대형 매물을 팔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스폰서 수입도 리그 성적과 함께 구단이 도민 속에 얼마나 녹아드느냐에 좌우된다. 성적도 잘 내야하고 흥행도 성공해야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민과 함께 = 1만 5000석 규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지난해 경남FC 경기 평균 관중은 3500여 명이었다. 그마저도 1만 명 이상 집결했던 진주 경기를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3000명 남짓한 수준이다.

올 시즌도 이래서는 스폰서를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지금은 구단주인 경남도지사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반영되겠지만 내년에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부침은 있었지만 5위권 이내를 내내 유지했고, 준우승으로 마감했는데도 관중 유입은 기대보다 많지 않았다. 성적만으로는 관중 유치가 제한적이라는 걸 방증한다.

구단은 올해 예산을 늘려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경남은 여성장애인축구단인 의령 꽃미녀축구단 지원, 창원지역 초등학교 축구 꿈나무교실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여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리그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무명 선수라는 불만도 현장에서 들려왔다.

꿈나무와의 접촉 면적 확대 못지 않게 티켓 구매력이 있는 조기축구회 등 사회인 축구인들과의 접촉도 넓혀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구단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길은 도민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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