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년 기획 전환점
차별없는 급식 원년 '식재료 개선·안전'중점
올해부터 고교까지 전면시행…GMO 퇴출·친환경 재료 확대
영양식생활 교육 활성화 박차…급식 종사자 노동환경 개선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무상급식 범위가 이슈였다면, 올해 화두는 '급식은 교육'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전면 확대로 급식 안정화는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당장 눈에 보이는 학교급식 변화는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재료 하나하나 조리실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급식은 학교에서 한 끼 해결하는 밥이 아닙니다. 교문을 들어서서 학교를 나설 때까지 모든 것은 교육입니다. 우수한 식재료를 선정해 조리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 만들어 먹이는 한 끼,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한 농민의 수고와 먹다 버린 쓰레기의 역습을 배우는 교육이 학교급식이라는 것을 '다시' 가르치는 첫 해입니다.

▲ 지난해 10월 경상남도 교육행정협의회를 마친 후 창원중앙여자고등학교 급식실로 이동한 김경수 도지사와 박종훈 도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점심을 배식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식품비 단가 인상 계기로 변화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31일 경남교육행정협의회를 열고 올해부터 고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읍·면 고교에 이어 올해 동지역 고교(110개교 6만 3000명)까지 포함해 도내 전체 초·중·고 979개교 33만 1000명 학생에게 차별 없는 급식을 한다. 이와 함께 급식 질을 높이고자 올해 한 끼에 평균 2500원인 식품비 단가를 500원 올려 3000원으로 인상했다.

식품비 지원 단가 평균 500원 인상에 따라 초·중·고·특수학교와 학생 수에 따라 학생당 280~990원 인상 효과가 있다. 이 중 약 300원은 학교 영양(교사)사 재량에 맡겨 식단 구성에 쓰인다.

2012~2017년간 소비자물가인상률은 8.1%인데, 경남 학교 식품비 단가는 2012년 11.7% 인상한 이후 7년간 동결됐다.

지난해 7월 적정 인상비를 도출하기 위한 학교급식 실태조사에서 영양사 10명 중 9명은 식품비 단가가 낮아 '다양한 식품선택 한계'(5점 기준 4.63점), '다양한 식단 구성 어려움'(4.53점), '친환경 우수식자재 사용 제한'(4.51점)이 있다고 답했다.

인상된 식품비 단가 500원 중 200원은 안전하고 질 높은 급식을 위해 사용된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학교급식에서 GMO(유전자변형식품) 퇴출이다.

도교육청은 "현 GMO 표시제 기준으로는 학교급식에 GMO 식품이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당분과 지방뿐인 전분당과 식용유에도 GMO 표시를 하는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고 있고, 우려할 지점이 있다고 판단해 올해 학교급식 추진 방향 1순위로 Non-GMO 양념류 사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콩, 옥수수, 유채기름을 모두 해바라기, 포도씨, 현미, 올리브유로 전환한다. 옥수수로 만든 물엿을 쌀로 만든 조청, 설탕과 꿀로 대체하고 고추장은 탈지대두박 미표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간장류를 국내산 재료를 이용해 학교에서 자체 제조해 사용하고자 사찰음식 전문가를 초빙해 진간장·맛간장·발사믹식초 제조법 시연회를 2월 말 추진한다.

튀기는 음식을 가급적 구워서 조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자 학교 오븐 보급률을 현 77%에서 90%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무농약·유기농 인증 친환경쌀 차액지원 사업을 추진하고자 별도로 32억 원을 확보했고,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현 19.5%에서 올해 25% 이상 늘려나갈 방침이다.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학교급식 질이 높아진다. 도교육청은 도 농산물유통과와 협업해 홍보가 부족한 GAP(농산물 우수관리·도내 7744곳 농가 인증)·QC(경남도 추천상품·192개 업체) 인증 제품을 급식 거래실례가격조사 항목에 반영해 많이 쓰도록 기반을 조성한다.

지방자치단체 관심에 따라 우수식재료 사용은 차이를 보인다. 밀양·의령·함안·고성·함양·합천·사천·김해·산청·거창·남해 등 11개 시·군은 올해 식품비 단가 500원 인상과 별도로 우수식재료 예산을 편성해 각 교육지원청과 학교에 지원한다.

▲ 2017년 8월 창원 팔룡중학교를 찾은 박종훈 교육감이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급식도 수업과 다르지 않다

학교급식에서 달라지는 점은 본연의 기능이기도 한 '교육'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지난 2007년 거창군에서 최초 시행됐다. 2008년 남해군, 2009~2010년 사이에 창녕·고성·함안·의령·하동·합천·산청·통영으로 확대됐다.

2010년 당시 김두관 도지사와 고영진 교육감이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홍준표 전 지사가 급식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2016년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막고자 박종훈 교육감은 "급식도 교육"이라고 주창했지만 논의는 무상급식 대상 범위, 예산, 식품비 분담률 등 행정적 업무에 머물렀다.

올해 무상급식 전면 확대로 안정화를 이룬 도교육청은 3월 조직개편에서 급식 업무를 행정국에서 다시 교육국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학교 간 급식 질 편차, 만족도, 민원 업무를 넘어 식재료 선정의 중요성, 좋은 먹거리 생산과정과 유통, 영양 식생활 등 급식교육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학교 영양식생활 교육 활성화를 위한 '식생활 교육실' 설치 사업을 한다. 올해는 남는 교실이 있는 초교 5곳에서 시작하고,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학교급식의 가치와 식문화 개선, 가족 식사의 중요성 등에 대한 학부모 식생활 강좌를 하고, 지난해 개발한 '초등학교 영양식생활교육 도움 매체'를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말은 급식 종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도내 초·중·고 급식 종사자들이 담당하는 1인당 급식 인원은 전국 평균보다 많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1만 12개 학교급식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교 급식노동자 1인당 평균 급식인원은 113.6명인데 경남은 114.4명이었다. 평균 급식인원을 초과하는 학교 비율은 도내 초교의 44.1%로 나타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2017년 7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가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연 학교 급식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및 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DB

도교육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에 따라 3월 조직 개편 때 급식안전팀을 신설한다. 조리실 위험성 평가를 통한 환경 개선, 전기 가스 등 정기점검, 용품 지원(미끄럼방지 장화, 손베임방지 장갑, 보안경 등) 등 업무를 맡는다.

이와 함께 물리치료사가 학교를 방문해 급식 종사자들의 근골격계 증상을 진단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근골격계질환 예방 지원 사업'을 두 배 이상 늘린다. 업무 경감을 위한 현대화 기기를 보급해 조리원들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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