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일화입니다. 집안의 재당숙께서 가르쳐 주시던 <명심보감>의 '효행편'에서 시쳇말로 '헐' 하고 싶은 구절을 만났습니다. '아버님 날 낳아 주시고, 어머님 잘 길러 주셨으니…'! 이건 아니다 싶었던 나는 재당숙께 이런 수제비태껸식 의문 제기를 했습니다. "아저씨, 여기 틀린 데가 있어요. '아버님 날 낳아 주시고'가 우스워요. 낳는 건 어머니가 하는 거잖아요?"

씨와 밭의 비유로 보아도 씨를 받아 키우는 게 밭이거늘 어찌 씨가 밭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의문의 '아버님 날 낳아 주시고' 하는 모순어법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필자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습니다.

한데 그 '아버님 날 낳으시고'가 오늘날은 역설적으로 '아버지도 날 길러 주는' 공동 육아의 질곡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세태 변이를 겪고 있으니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씨'만 뿌리고 크든 말든

나 몰라라 하는 농사라면

황폐해지는 거야 바로 '밭'

'아기 농사'인들 다를쏜가

남성의

전의홍.jpg

육아휴직률 90%인

스웨덴 '아농(兒農)'이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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