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첫 번째 의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찬반여론이 팽팽한 지역의제를 선정하여 시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결정하겠다던 허성무 시장의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게시판에 창원시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도록 도와달라는 좀 황당한 청원 글마저 등장하고 있다.

물론 창원시는 현재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을 들어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마산해양신도시의 활용을 두고 지역사회는 이미 14년 동안이나 논의를 해왔고, 스타필드 창원 입점을 두고 사업시행사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의 여론향배에 눈치를 봐왔다. 다시 말해 이 사업들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이미 이야기될 만큼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오히려 선출직 시장의 정치적 결단과 결정이 필요한 데도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면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런 주장과 달리 정책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 쟁점정리 단계부터 치밀하게 해야 할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찬반논란이 많은 의제들은 선거 직후 집권 초반기에 공론화라는 제도적 과정을 통해 사안을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공론화 과정이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리기만 하면 다수의 결정에 따른 지배만을 정당화하는 여론정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안 담그지는 않듯이 공론화 과정을 통한 정책결정은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줄이는 합리적인 절차일 뿐이다. 다시 말해 공론화라는 제도적 과정이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지만 정책결정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줄이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하지도 못하는 창원시가 특정 사안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커지는 걸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선거 때마다 갈등을 줄여 지역사회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려면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