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전 '신탁 여부'꼭 살펴야
사업자 부도나면 보증금 못받아
신탁원부·등기부등본 확인필수

임차인들은 전·월세 계약 전 여러 사항을 살필 수밖에 없는데, '신탁 부동산'에 대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창원시 마산지역에 본사를 둔 한독건설이 지난달 부도를 맞았다. 한독건설은 몇몇 오피스텔 사업도 진행했는데, 부도 여파가 세입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ㄱ(37) 씨는 2017년 11월 중순 '포세이돈하우스(창원시 마산합포구)'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임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1000만 원, 월세 40만 원이었다. 임대인은 시행사 티디개발㈜로, 한독건설과 같은 사무실 번호를 사용하는 곳이었다.

ㄱ 씨는 지난해 11월 1년 계약 만료 시점에 2개월 연장키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 사업자인 한독건설 부도 소식을 들었다.

ㄱ 씨는 불안감에 계약서 등을 다시 꺼내 봤다. 그런데 '신탁 등기'라는 것이 있었다. 이곳 오피스텔이 이미 2017년 5월 '신탁 등기'를 하면서, 소유권이 한 금융기관으로 이전돼 있었다.

즉 사업자인 한독건설이 건물 신축 때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다 썼는데, 이를 갚지 못하면서 소유권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갔다. 해당 금융기관은 '우선 수익자 1순위'이기에, 이후 신탁사를 통한 공매 진행에 따라 돈을 돌려받는 식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세입자들에 대한 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다. 그 책임이 있는 시행사 쪽은 연락 두절인 상황이다.

그런데 ㄱ 씨 처지에서 보면, 본인 임차 계약 전, 이미 소유권이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ㄱ 씨는 그제야 당시 계약 때 부동산중개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ㄱ 씨는 "중개업자가 '소유권 이전 및 신탁 등기'를 언급했다. 하지만 '보증금이 소액이라 나중에 다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계약서·등기부등본에는 '선순위 권리로 인해 경매 등이 실행될 경우 임차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신탁 등기 관련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ㄱ 씨는 최근 여러 군데서 법률 자문을 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답을 얻었다. 만약 ㄱ 씨 계약 이후에 '신탁 등기'가 이뤄졌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우선 변제 범위 5000만 원(경남지역)에 포함돼 1000만 원을 돌려받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신탁 등기가 그 이전 이뤄져 있었고, ㄱ 씨는 계약 당시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한 본인 과실도 있었다.

ㄱ 씨는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부동산중개사 의무 소홀을 함께 지적한다. ㄱ 씨는 "당시 중개업자만 만나서 계약을 했다. 당연히 그 중개업자를 믿고 계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최근 중개업자에게 이를 따지자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했다.

이러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임차인 스스로 계약 내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김성호 법무사는 "임차인은 계약 전 임대자·소유자가 왜 다른지, 그것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탁부동산인 경우 신탁원부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위탁자·수탁자 간 권리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이러한 신탁원부를 등기부 등본과 함께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신탁원부'는 등기부 등본에 적혀 있는 '신탁원부 번호'를 통해 법원 등기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한편 ㄱ 씨 유사 사례에 대한 판례가 있는데, 법원은 부동산중개사 책임 60%, 임차인 책임 40%로 판단했다. 법원은 중개사에 대해 "임대차계약 전 이미 신탁계약이 체결돼 있었음에도 신탁계약에 따른 우선 수익자가 누구인지, 임대차보증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등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는 중개하는데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고, 임차인에 대해서는 "등기사항증명서 등에 나타난 신탁계약 내용과 신탁사 위임 여부에 관해 자세히 문의하거나 근거서류의 제시 내지 내용 설명을 상세히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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