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공작 부려 노조 흔들기
수사서 부당노동행위 드러나
인센티브로 조합원 탈퇴 종용
사측 "입장없다…교섭은 계속"

한화가 노조를 탄압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노동계는 한화그룹의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옛 한화테크윈 노사 갈등은 지난 2014년 11월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당시 삼성테크윈 매각을 발표했고, 노동자는 이에 반발하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상급단체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곧이어 삼성테크윈노동조합(기업노조)도 만들어지면서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금속노조는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가 복수노조 제도를 이용해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한화테크윈 노동자들이 16일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한화테크윈 2공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조직적인 노조 파괴" = 검찰은 지난해 말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조정관계법 위반)로 고소·고발된 옛 한화테크윈 관계자 22명 가운데 창원2사업장·인사노사협력팀총괄·노사협력팀장 등 3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생산부장·파트장·생산팀장 등 6명에게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대표이사(2명)·인사담당총괄임원·엔진사업본부장·방산사업본부장 등 11명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고, 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한화테크윈 사측의 노조파괴 정책은 검찰의 공소장에 자세히 담겨 있다. 창원지방검찰청 수사에서 한화테크윈 사측이 2015년 수립한 '현장관리자 우군화 방안'이 드러났다.

사측은 직장·반장들에게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를 탈퇴하면 인센티브가 있다'는 취지로 면담을 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또 사측은 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잔업·특근 배제, 고용연장 보장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측 방안 이후 금속노조 소속 직장 37명 전원, 반장 47명 중 25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또 사측은 2016년 3월에 금속노조 분열 촉진을 위한 '금속지회 현황'을 작성하고, 기업노조를 교섭대표로 유지하고자 '차기 교섭대표 노조 지위 유지방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사측이 금속노조 조직·운영 등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를 기소했다.

◇"복수노조체제 악용"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사측이 기업노조와 형평성을 이유로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삼성테크윈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기업노조와 '단체협약은 체결일로부터 2년'으로 한다는 합의를 했고, 삼성테크윈지회에 똑같이 적용하자고 했다. 이는 삼성테크윈지회 처지에서 그동안 사측과 교섭해 온 시간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단협을 체결하자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측은 교섭을 게을리하지 못하도록 한 노조법을 피하면서 단협 유효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삼성테크윈지회는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2017·2018·2019년 3년치를 동시에 교섭해야 할 처지다.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예전에 기업노조가 만든 단협을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 사측은 같은 노동자인데 차별할 수 없다는 논리로 기업노조와 같은 안을 받으라고 요구했다"며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어용노조를 키워 금속노조를 탄압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 책임져라" = 금속노조는 16일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책임을 물었다. 삼성테크윈지회는 17일부터 서울 김 회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방위산업체라는 이유로 파업권이 묶인 삼성테크윈지회는 복수노조의 굴레까지 쓰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결심없이 이런 범죄가 존재할 수 없다"며 "한화그룹은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법이 보장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마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수사기록을 공개해 재벌 대기업이 노동조합을 파괴하고자 얼마나 파렴치한 공작을 벌였는지 사회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했다.

사측은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내달 28일 창원지방법원에서 기소된 사측 관계자 3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사측 관계자는 "기소된 건이나 복수노조 체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금속노조와 교섭을 해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법적으로 기한이 지나 개별교섭을 하기로 했고, 교섭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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