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대표 출마 시사
김태호·홍준표 '긴장모드'
4월 보선·총선 파장 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 및 당권 도전 가능성이 경남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다음달 27일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던 홍준표·김태호 두 전직 경남도지사의 진로가 애매해졌을 뿐만 아니라 도내 친박계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와 오는 4월 보궐선거 등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15일 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과거만 바라보고 있다.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성급한 정책이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한편, "국민께서 바라는 점을 충분히 잘 듣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당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황 전 총리 등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인사는 김태호 전 지사로 보인다. 친박계와 영남권 등 주요 지지 기반이 겹치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 자신도 "황 전 총리 입당이 (당권 도전의) 가장 큰 변수"라고 토로하면서 좀 더 숙고하겠다는 뜻을 한 언론에 밝혔다.

친박과는 상극에 가깝고 황 전 총리 입당도 "큰 의미없다"고 평가절하한 홍준표 전 지사지만 그 역시 운신 폭이 좁아진 건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지난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당 안팎 여론이 안 좋은데 강력한 경쟁자까지 생긴 형국인 까닭이다. 황 전 총리 입당 전에는 김태호 전 지사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우택·심재철 의원 등 '해볼 만한' 상대뿐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홍 전 지사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전대 출마 문제를 답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전 총리의 존재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지율이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4~28일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13.5%를 얻어 이낙연 국무총리(13.9%)에 이어 2위, 보수주자 중에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홍준표 전 지사는 6.2%로 8위(보수 4위)에 그쳤고 김태호 전 지사는 아예 순위에 없었다. 황 전 총리는 특히 경남·부산·울산에서 16.5%로 1위에 올랐는데 이는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질 4월 보선 및 내년 총선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믿을 만한, 미래를 기약할 만한 리더가 있고 없고가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후보와 당원들마저 지지 방문을 꺼리던 당대표(홍준표)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일 거라는 말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도내 인사들의 향후 행로도 관심이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끊임없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던 친박계가 황 전 총리 등판으로 다시 회생할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일단 지배적이다. 경남에서는 박대출(진주 갑) 의원과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이 황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계파구도나 개인적 관계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서 공히 지적하는 바, 황 전 총리의 최대 약점은 '친박', '탄핵'이라는 꼬리표, 그리고 미약해 보이는 확장성이다.

대안은 정면돌파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전권을 쥐여주고 일부 '친노', '친문' 인사까지 쳐내도록 한 것처럼, 황 전 총리도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친박 및 당내 기득권세력과 일전이 언젠가는 불가피하다.

마찬가지로 홍준표·김태호 전 지사도 비록 이번 당권에서는 멀어지고 있을지언정 언제든 또 기회는 찾아올 수 있다. 황 전 총리가 아직 당대표가 된 것도 아니고, 또 된다 하더라도 보선·총선에서 패배하거나 당 혁신 과정에서 실기하면 지지율은 순식간에 신기루가 된다.

홍 전 지사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 공천이 걸려 있어 발가벗기는 수준으로 치열한 검증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며 "황 전 총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검증과 극렬한 정치 공세가 펼쳐질 거다. 비정치인 출신인 황 전 총리가 과연 그런 것을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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