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골수팬이공룡에 반한 이유요?"
지역 연고·응원 문화에 끌려
야구 소모임 이끌며 팬심 키워
신축 구장·양의지 효과 기대

"고향이 경북이라 오랜 기간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다. 30여 년 전 창원에 터를 잡고 나서도 팬심은 변하지 않았다. NC가 창원에 뿌리를 내리고 몇 해 더 지났을까. 집에서 혼자 NC-삼성전을 보게 됐는데 나도 모르게 NC를 응원하고 있더라. 지역 연고 팀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다."

김용길(64) 창원시 진해구 온정온누리약국 대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NC에 스며들었다. 한 번 정을 붙이기 시작하자 김 대표와 NC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NC를 응원하는 소모임 회장이 됐고 2년 연속 시즌권을 끊어 야구장을 드나들었다. 지난해 NC 성적 하락에도 김 대표는 묵묵히 NC를 감싸 안았다. '진정한 팬이라면 어려울수록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깃든 결과다.

새 야구장에서 새 도약이 기대되는 올 시즌. 김 대표는 이미 야구장으로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대한민국 최고 야구 명문이라 불리는 경북고를 나왔다.

"맞다. 그러다 보니 고교 시절부터 야구와 가깝게 지냈다. 야구 사랑은 서울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이어졌다. 1977년 서울대 야구부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창단 멤버였다. 가을철 대학야구연맹전에 나가고자 한 달 정도 합숙훈련을 했던 기억도 있다. 주 포지션은 3루수였다."

-대학리그 경기도 소화했나?

"경기는 뛰지 못했다. 당시 야구부와 배구부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오더라. 추계연맹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고민 끝에 배구부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야구 엔트리에 이름만 올리고 경기에는 나서지 못한 배경이다. 야구협회 선수로도 등록이 됐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선수증도 받았는데 옛 동대문 야구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야구 경기가 있는 날 따로 줄을 서지 않은 셈인데 돌이켜보면 참 짜릿했다. 못다 한 경기는 제약회사 재직 시절 소화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 옛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밑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3번 타자로 나서 강둑을 넘기는, 커다란 홈런도 친 적이 있다."

▲ 김용길 진해 온정온누리약국 대표. /김용길

-NC를 응원하는 소모임도 운영 중이라고?

"진해에 사는 지인들과 야구를 즐기고자 만든 소모임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재들(야좋아)'이라는 이름으로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창원마산야구장 외야 파티석 시즌권을 끊고 거의 매일같이 함께 야구를 즐겼다. 회원끼리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있으면 '고맙다'는 말 대신 'NC를 위하여'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NC로 인사를 나누고 NC로 관계를 다지는 셈이다."

-NC 경기를 볼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감독 지시사항을 가장 유심히 본다. 언제 투수를 교체하는지, 스타팅 라인업은 어떻게 꾸리는지, 매순간 수비 전술은 또 어떻게 바꾸는지 등을 말이다. 야구 경기가 하나의 커다란 장기판이라면 장기알은 선수, 장기를 두는 사람은 감독이라 생각한다. 감독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보면 야구를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필드에서 감독 구실을 하는 포수도 이와 같은 이유로 매번 유심히 살핀다. 볼 배합을 어떻게 하며 투수를 이끄는지, 볼넷이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보며 경기를 읽는다. 그런 면에서 양의지 영입이 NC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처럼 NC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뭔가?

"어느 날 경남에 사는 동문을 만나 '삼성과 NC 중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결과는 거의 삼성 반, NC 반이었다. 신생팀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거침없이 달려온 모습이 나를 포함한 타지역 출신 사람 마음마저 사로잡은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와 센스가 넘치는 마산 지역 특유의 응원 문화도 마찬가지다. 안 가본 사람은 모르는,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참 잘 왔다'는 생각을 안기는 그 열기가 NC 매력을 더 크게 만든 듯하다."

-올해 NC 성적을 예상한다면?

"가을 야구는 무난히 할 것으로 본다. 마침 새 야구장도 개장하지 않나. 상생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듯하다. 물론 지든 이기든, 늘 NC를 격려하는 마음은 변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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