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발전보다 예산확보에 목맬 수도
내년부터 지자체장-회장 분리
실업팀 폐지·예산 축소 걱정
선거과정서 파벌싸움 우려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무더기 법률안 중에 대한민국 체육계에 일대 회오리를 불러일으킬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그동안 시·도지사가 당연직 회장을 맡았던 광역체육회와 시·군·구청장이 맡았던 기초 체육회장을 맡을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도 체육단체장을 맡을 수 없게 했다. 법률 개정에 따라 체육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현황 =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개정 법률은 이송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개정 법률은 체육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겸할 수 없게 했다. 부칙으로 시행을 1년간 유예했으므로 내년 1월 중순이면 현재의 각 단위 체육회는 선거로 뽑힌 새 회장이 이끌게 된다.

이뿐이 아니다. 일부 종목단체 회장을 시장·군수가 맡고 있는데 이 역시 민간인으로 바꿔야 한다. 창원시장은 경남사격연맹, 밀양시장은 양궁, 통영시장은 철인3종, 거제시장은 레슬링, 김해시장은 하키협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엘리트 체육 근간 흔들릴 수도 =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자치단체장이 체육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지원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관행과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시·도별 예산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회장직을 내려놓은 단체장이 체육에 관심이 적을 경우 예산이 줄어들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도내에는 경남도청이 역도, 유도, 롤러 등 3개 팀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시·군청 23개 등 자치단체 실업팀이 26개에 이른다. 이들 팀에 대한 지원도 단체장이 체육회장일 때와는 달라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 봐도 2017년 말 현재 실업팀은 977개였는데 이 중 절반인 489개 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이었다. 298개 팀은 시·도체육회 소속이었다. 실업 스포츠를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떠받치고 있다. 한국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배경이 지자체 실업팀이고, 이들 팀은 전국체전에서 해당 시·도 명예를 걸고 싸운다. 이런 실업팀의 약화는 대학·고·중·초등 엘리트 약화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체육의 정치화 = 이번 법률을 개정한 배경은 체육의 정치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임하다 보니 체육단체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체육단체의 정치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체육단체를 분리함으로써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처럼 좋은 취지로 법률을 개정했지만, 또 다른 형태로 체육의 정치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체육회 등에 자치단체가 예산 등을 지원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에 명시돼 있다. 시·도지사 후보가 체육회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등의 정치화는 피상적으로나마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체육회가 예산 독립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체육회장과 단체장을 분리한다고 해서 체육의 정치화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체육인들의 파벌화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가 통합된 현재의 체육회 종목단체 중에서는 양쪽 출신 인사들 간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곳도 다수 있다.

◇재정 독립 장치 마련돼야 = 아직 법률이 공포되지 않았으므로 경남체육회 등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한 후 시·도체육회에 표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왕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자 법률이 개정된 만큼 이제는 지방체육이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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