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고 자연 가까운 도심 인근 휴식처
상업건물·대형도로·아파트 점령해 씁쓸

대부분 그런 공간이 있을 것이다. 머리 복잡할 때 한 번씩 찾는 곳…. 창원에 사는 나에게는 '삼귀 해안로(성산구)' '가포(마산합포구)'가 그러하다. 아니, 그러한 곳들이었다.

'삼귀 해안로'는 10여 년 전부터 종종 찾았다. 창원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바다다운 바다를 보기 딱이었다. 허름한 슈퍼 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빼 들고, 바닷바람 쐬는 기분, 꽤 괜찮았다. 밤에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길가에는 촌스럽지만 나름 멋을 부린 레스토랑도 드문드문 있었다. 특히 기차 모양의 커피숍은 독특한 외형에 그냥 웃음 짓게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다. 빈터 공간, 횟집이던 곳에 새 건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좀 더 시간 지나 찾아보니 그곳엔 커피전문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 김해 율하 못지않은 '카페 거리'가 되었다. 화려한 불빛 앞에 초라한 커피자판기는 종적을 감췄다. 개인이 운영하던 슈퍼·횟집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 주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주말 저녁, 양방향 2차로 갓길에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통행 차량이 불편하든 말든, 운전자들은 꼬리를 내밀어 놓은 채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 때문에 통행 자체가 쉽지 않을 때도 많다.

'가포'는 오래전 마산지역에서 몇 안 되는 유원지였다. 해수욕장이 없어지면서 그 분위기가 꺾이긴 했다. 그래도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었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경남대 앞 월영광장을 지나 가포 초입에 들어서자, 공기부터 달랐다. 시내 쪽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가포를 지나 구산면으로 향하면 아기자기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어느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가포신항 공사로 바다는 땅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좀 더 지나자, 숲이었던 공간은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공사 펜스가 쭉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곳 역시 목 좋은 곳에는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포에서 구산면 쪽으로 좀 더 들어가다 보면, 대형 공사 차량과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로봇랜드를 연결하는 대형 도로 개설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선한 공기 대신 공사 차량 흙먼지가 대신한다. 더는 드라이브할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됐다.

주변 공간은 시간에 따라 당연히 변해갈 것이다. 하지만 '내 공간(?)'이 자본, 그리고 아파트·대형도로와 같은 콘크리트에 점령당하는 기분, 썩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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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동산·건설·건축 분야를 맡고 있다. 그래서 '어디에 무엇이 지어진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다. 때로는 아주 작은 틈에도 건물이 비집고 들어온다 싶은 느낌도 든다. 마치 블록 쌓기 하듯이 말이다. 시내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시외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자본을 앞세운 개발이 필요하더라도, 숨통을 틔워줄 공간마저 없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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