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며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이제 반백 살에 가까워지니 나이를 먹는 게 꽤 신경이 쓰인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고 체력이 달리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누가 나에게 '꼰대'라고 부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꼰대. 번데기 사투리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백작 등 작위를 받으면서 자신을 프랑스어로 백작(Comte)이라고 부르며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느 것이 정확한 어원인지는 모르지만 두 가지 어원 모두 부정적인 내용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버스 안 라디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름 지역에서 유명한 콘텐츠 '아구할매'다. 그런데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봐라'로 시작하는 말투가 상당히 거슬린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반말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니. 그나마 요즘 나오는 캠페인에서는 반말 대신 예사 높임을 쓰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를 환영한다.

장인은 오랜 교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분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지시하는 게 습관이 돼서인지 간혹 식당이나 커피숍 같은 곳에 가면 아르바이트생이나 점원에게 심하게 반말을 한다. '꼰대' 소리 듣기 전에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려 보지만 당신 나이만 믿고 길 가는 사람에게까지 말을 놓아 자식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인터넷 유머에 꼰대 자가 진단 테스트가 있다. 테스트 중 다른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것. 이것 하나만 유념해도 꼰대라 불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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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숍에 쓰인 문구가 생각난다. '99세 이하 반말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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