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에서 참여연대·경실련·민변과 같은 5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에 선거제도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5개 원내정당 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이미 합의하였지만 이후 논의가 공전되면서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는 국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단은 먼저 의원선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 비례대표제를 전국 득표율과 연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제도적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0%(360석) 확대하고, 선거연령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개특위 자문단이 제시한 이런 권고안을 두고 각종의 억측과 편견이 나올 수도 있다. 우선 양당제 정치가 아니라 다당제 정치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내린 결정이고, 이후 미래에 의원내각제로 정치구조를 바꾸려는 저의가 깔린 주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구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의 물갈이조차 어려운 기존 정치권이 지닌 고질적 병폐는 지금의 양당제 정치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행 선거제도로는 선거가 지닌 민주성과 대표성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개별 유권자들이 지닌 선거권 행사라는 고유한 권리가 표의 등가성 부족으로 인해 선거제도의 민주성과 대표성 원칙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 지역의 한 표와 도시민의 한 표는 절대 동등하지도 않고, 현행 정당투표제에서 얻은 득표율이 지닌 의미는 이미 훼손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시민사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시민사회의 이런 요구를 듣는 척하다가 마지막엔 시간 부족과 합의의 어려움을 핑계로 선거제도 개혁을 미루어 왔을 뿐이다. 국회는 법률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통해서라도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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