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진실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송전탑 건설과 관련하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지 10여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이 감사 청구서에는 밀양 주민과 연대자 1527명의 서명이 담겼다.

감사청구서에는 그동안 밀양송전탑과 관련하여 제기된 숱한 의혹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설비자재 납품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밀양송전탑 타당성 및 노선 선정 과정 의혹, 밀양송전탑 전문가 협의체 당시 자료조작 의혹, 한전의 주민 기만행위, 한전의 주민 매수 의혹, 한전의 방조·공모로 일어난 주민 불법 행위의 마을공동체 파괴 등 22개에 이른다. 이 중 납품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내부고발도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3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했으며 그마저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팀의 조사도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밀양송전탑의 감사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선로의 타당성 등에 대해 감사원에 두 차례 감사 청구가 있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주민들로서는 정부가 바뀌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컸음 직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밀양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눈물 어린 하소연을 경청한 적도 있다. 밀양송전탑 건설 과정은 비리 의혹 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숱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정겹던 마을공동체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 이전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의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설령 주민들의 감사 요청이 없더라도 정부가 먼저 진상규명에 나섰어야 할 일이었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 등 문재인 정부가 탈핵에 관심을 기울인 것에도 밀양송전탑 사태는 큰 영향을 미쳤다.

밀양송전탑 진상규명은 난마와도 같은 의혹을 풀고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10년이 넘은 밀양 주민들의 고통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밀양송전탑 문제 해법의 어려움을 더 확대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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