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가입 여부로 '양심'이 확인될까
'개인정보 침해'라는 주장은 타당한가

필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글을 쓴 지 두 달이 지난 것 같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설왕설래했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연이은 판단으로 제도권 내에 정착이 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그 양심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역시나 며칠 전 대검찰청에서 내린 지침을 보고 한숨부터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병역거부자의 1인칭 슈팅게임(FPS) 온라인 접속 기록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는 게임 가입 여부는 개인정보 영역으로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필자는 양심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1인칭 슈팅게임 가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검찰이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고 반대하는 시민단체나 모두 마뜩잖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병역거부라는 부분이 단순히 집총거부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대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공격적 행위를 반대한다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리고 게임은 일부 스포츠 게임이나 육성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격성을 전제로 한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와 대비되는 뭔가를 맞히거나 공격해 무력화시켜 포인트를 올리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은 보급형 PC와 온라인, 몇 년 전부터는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이 접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총이라는 것에만 포인트를 두고 1인칭 슈팅게임 접속 여부만 확인한다면 나머지 게임들의 폭력성·공격성은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리고 1인칭 슈팅게임의 경우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고도 게임상의 AI를 대상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국내 게임사뿐만 아니라 외국에 서버를 둔 게임도 많고, 일반적 온라인 게임과는 별도의 서버를 둔 콘솔게임 종류도 엄청 많다. 이 많은 것을 다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이게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문을 다 차치하고 일부 유명한 국내 게임사의 1인칭 슈팅게임 접속 여부만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가입한 그 사람이 정말 그 게임을 한 건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태도도 아쉽다. 양심이라는 것은 계량화가 어렵다. 즉 판단자의 주관이 적든 많든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국민은 과거부터 출발점에서의 평등, 즉 공정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아왔다. 최근 대학 입시와 관련해 수시전형,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감도 명백한 계량적인 지표 없이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분단국가이자 징병제 국가로서 병역의무는 국민 정서상 약간 과도한 감정개입이 된다. 과거 유력한 대선후보가 자녀의 병역미이행 관련 논란으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까지 했다. 그런 병역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게임 접속 기록을 확인한다는 게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서 그렇게까지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구조상 정량 평가가 어려운 정성 평가밖에 안 된다면 최대한 판단 자료가 많아야 공정성 차원에서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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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점차 다원화하면서 그동안 소수라는 이름 때문에 받아왔던 불이익이 하나둘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잃어버렸던 것들을 채워 주기 위해 다수에게 역차별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된다면 처음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사회는 더 경직화할 수밖에 없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부디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가 우리 사회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게 가끔은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는 미덕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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