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암, 독특한 서체 곳곳에 남아
사명암, 겹겹이 쌓은 서까래 진수
옥련암, 탱화 대신 목조각상 가득
자장암, 자연친화 건축 방식 눈길

한국 삼보사찰 하나인 통도사는 딸린 암자도 여럿입니다. 이들 암자는 다양한 불교 미술의 보고입니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 선 세 개와 점 하나로 표현한 부처의 염화미소, 목조각장이 2년 6개월에 걸쳐 완성한 목조각상 등 볼거리가 여럿입니다. 그중 네 곳인 극락암·사명암·옥련암·자장암(가나다 순)을 추려 다녀왔습니다.

◇극락암

'해우소(화장실)'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바로 극락암에서 정진하고 열반에 든 경봉 스님이 만든 말이다. 극락암에는 스님이 지냈던 삼소굴이 보존되어 있다. 낮은 지붕의 소박한 전각이다. 극락암에서는 여러 서체를 볼 수 있다. 먼저 극락암 입구, 경봉 스님이 썼다는 '여여문(혹은 여시문)'. 해탈의 경지에 올라야만 읽을 수 있는 글일까, '맨눈'으로 봐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의 글은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썼다고 할 정도로 읽기 어려운 독특한 필체를 지녔다. 서화가로 이름을 떨친 석재 서병오 글씨도 극락암 곳곳에 남아 있다.

▲ 통도사 극락암 여여문(혹은 여시문) 편액은 경봉 스님의 글씨다.

◇사명암

오르막길을 지나 사명암에 들어서니 화려한 색에 눈이 멀 듯하다.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단청에 매료된다. 3단으로 쌓은 높은 지붕, 윤슬이 비치는 무작정과 일승대를 보고 그저 아름답다고 감탄하기는 이르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면 말을 잇지 못한다. 밖에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건축 양식의 속살이 천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겹겹이 쌓은 서까래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단청장 보유자인 혜각 스님과 동원 스님의 수행이었단다. 그들이 온 마음을 다해 그려나갔을 단청과 불화를 보니 온 힘을 다해 가슴을 비워내고 싶다.

▲ 통도사 사명암. 지극하게 세밀하고 화려한 극락보전 내부 단청.

◇옥련암

'큰빛의집'. 비로자나불을 모신 옥련암 본당 현판에 쓰인 글이다. 전통에 따라 한자로 쓰자면 '大光明殿(대광명전)'이다. 법당을 세울 때 법선 스님이 아이들도 쉽게 찾도록 파격적으로 한글로 썼다. 옥련암 불교 미술의 정점은 큰빛의집 안에 있다. 무형문화재 제108호 박찬수 목조각장이 2년 6개월 걸려 법당 안 목조각상을 완성했다. 법당 안에 들르면 으레 있을 탱화 대신 목조각상으로 가득하다. 천이백아라한부터 호법신까지 하나하나 생생하게 묘사했다. 목조각상은 화려하지 않고 엄숙하다.

▲ 통도사 옥련암. 중심건물인 큰빛의집 내부는 탱화 대신 조각으로 가득하다. /이서후 기자

◇자장암

자장암은 통도사에서 가장 오래된 암자다. 오랜 역사가 주는 넉넉함은 자연친화적인 건축 방식에 드러난다. 본당인 관음전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수행했던 거북바위를 그대로 건물 안에 끌어들였다. 또 정면에서 볼 때 왼쪽은 툭 튀어나온 팔작지붕인데, 오른쪽은 반듯한 맞배지붕이다. 바로 옆 높이 4m 마애불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정성이다. 서양화가 이목을 선생이 자장전 벽에 선과 점으로 표현한 부처의 미소는 자장암이 품은 또 다른 보물이다. 취현루 창밖으로 보이는 영축산은 그 자체로 액자에 담긴 절경이다. 자장암에 담긴 낮은 마음으로 가만히 경내를 거닐다 인연이 닿으면 자장암 뒤편 바위 구멍에 산다는 금와보살(개구리)을 만날지도 모른다.

▲ 통도사 자장암. 마애불을 훼손하지 않으려 관음전 오른쪽은 반듯한 맞배지붕 형식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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