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신문서 재판개입 의혹 추궁
7개월 검찰수사 최대 고비 예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사흘 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한두 차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어서 7개월간 진행된 이번 수사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불러 2차 피의자 신문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처음 검찰에 출석해 14시간 30분 동안 조사받고 자정께 귀가했다. 토요일인 12일 오후 다시 검찰에 나가 전날 피의자 신문 조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10시간가량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 조사 때도 신문을 마치고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검찰은 심야조사를 가급적 지양한다는 방침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을 돌려보내고 이튿날 추가 신문 없이 재차 조서 열람만 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날 2차 조사에서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옛 통진당 의원 지위의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며 심리방향을 제시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고받고 일선 재판부에 내려보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하는 1심 판결이 나오자 "법원행정처 입장이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된 것이 맞느냐"며 불만을 표시한 정황도 재판개입을 반증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재에 파견나간 최모 부장판사로부터 300건 넘는 사건검토 자료와 내부동향 정보를 보고받았고 이 같은 기밀유출이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남은 조사에서도 혐의를 대체로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1일 조사 당시 징용소송 재판개입 의혹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성향 판사들을 골라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라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핵심 혐의로 꼽히는 징용소송·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신문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첫날 마무리되면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를 이날까지 두 차례로 끝내고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검찰에 다시 나가면서까지 조서를 빈틈없이 검토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영장 청구와 영장실질심사, 기소 이후 재판까지 염두에 두고 검찰 수사전략을 세밀하게 파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을 변호하는 최정숙 변호사는 첫 소환조사를 마치고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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