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져 경쟁만 치열
상인들 빈 점포에 한숨
근린생활시설 규제 완화
경기불황 겹쳐 공급 과잉

"이제는 어렵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양산신도시 조성이 마무리됐지만 지역 상권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다.

신도시 상권은 지역별로 아파트 입주 시기와 맞물려 부침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물금 가촌·증산리 일대는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가장 주목받는 곳이었다. 한때 주변 도로에 빼곡하게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이 문제가 될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금요일 오후에만 잠시 사람들이 몰릴 뿐 빈 점포가 늘고 있다.

▲ 양산신도시 상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증산역 일대에는 '임대', '분양'을 알리는 광고물이 상가건물을 빼곡하게 차지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현희 기자

상인들이 '스세권'이라고 부르는 가촌지역은 양산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떠올랐던 곳이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죽은 건물도 되살린다'는 부동산 업계 속설처럼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영화관까지 들어서 기대를 모았다. 기대와 달리 이곳에 있는 한 상가건물 1층 점포 19곳 가운데 6곳이 비어 있다. 그나마 영업을 하는 점포 역시 4곳은 이미 임대를 내놓았거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보증금만 까먹다 결국 야반도주하듯 잠적한 상인도 있다. 인근 다른 상가건물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일대는 처음 200만∼300만 원 수준에서 임대료가 형성됐다. 통상 2년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할 때 5000만∼6000만 원이지만 실제 보증금은 2000만∼3000만 원으로 떨어졌고, 임대료 역시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초기만 하더라도 건물주가 담합해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건물주마저 나오고 있다. 빈 점포에 들어가는 관리비 부담 탓이다.

상인 역시 보증금을 까먹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권리금은 고사하고 시설 철거 등 원상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양산선 증산역 일대에는 잠실종합운동장(11만 1792㎡)보다 큰 전체면적 12만 8778㎡ 지하 3층·지상 7층 대형복합쇼핑몰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하지만, 모두 634개 점포로 이뤄진 이곳 역시 분양과 잔금 대출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장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뿐만 아니라 증산지역 상가건물 대부분 임대·분양 문구와 부동산 광고가 어지럽게 벽면을 채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을 단지 경기침체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인구 규모나 다른 지역과 연계 등을 비춰보면 상권이 덩치만 커졌다. "잠은 양산에서 자고 돈은 부산에서 쓴다"는 상인들의 푸념처럼 양산은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 비율이 낮고, 오히려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베드타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찾을 만한 특색 있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산 인구만으로 커진 상권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IMF 영향으로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활한 분양을 위해 각종 근린생활시설 규제를 완화하면서 단독주택지역이 사실상 상업지역으로 변한 것 역시 상가가 늘어난 이유다.

'역세권 개발' 역시 기대와 달랐다. 도시철도 역 주변은 상권조차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고,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대형할인매장까지 있는 양산역 인근에서도 빈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중교통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이 대부분이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노인·학생 등 소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계층이 많은 탓이다. 오히려 부산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빨대 효과'만 커졌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됐지만 허허벌판으로 남은 부산대 터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한 상인은 "부산대 공대가 이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찌감치 상가를 마련했지만 공대는커녕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상권이 커지면서 공급은 늘어났는데 이를 감당할 수요는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신도시 상인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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