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뽑혀도 프랜차이즈 판촉에 밀려
지역업체 "제작물량 재고", 공정위 "학생·학부모 자율"

싸고 질좋은 교복을 공동구매해 학부모 부담을 덜고자 도입된 학교주관 교복구매를 해도 여전히 대형업체들이 교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구조에서 영세한 지역교복업체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경남지역 학교주관 교복구매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지난해 기준 75%.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도 있지만, 참여율이 20%를 밑도는 학교도 있다. 낙찰 업체 교복을 사지 않는 학생 중 다수는 4대 대형업체 교복(스마트·스쿨룩스·아이비클럽·엘리트)을 개별 구매하고 있다.

▲ 14일 아름다운 가게 창원 마산합포구 자산점에서 열린 '6회 사랑의 교복나누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양산 한 중학교 교복구매 낙찰을 받은 ㄱ 사는 인지도가 없는 작은 업체다. ㄱ 사는 대형업체 3사와 경쟁해 24만 9000원(동복 16만 9000원·하복 8만 원) 최저가를 제시해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ㄱ 사 대표 한숨은 깊다. ㄱ 사 대표는 "올해 신입생 약 300명 중 치수 측정 기간 3일 동안 학교를 찾은 학생은 50명이 채 되질 않았다. 이후 매장을 찾아와 교복 치수를 재야 하는데 지난 5일 동안 찾은 학생은 3명"이라고 했다. 취재 결과, 다수 학생은 ㄱ사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교복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입찰에서 떨어진 대형업체 3사는 낙찰 업체보다 2만 9000원 비싼 19만 8000원에 동복을 판매했다. 대형업체 3사 지역 매장은 "브랜드와 비브랜드의 교복 품질 차이는 확연하다. 행사 기간 가격도 정말 싼 것"이라고 했다. 이 중 한 매장은 "이 학교 교복을 많이 주문했는데 다 팔았다"고 했고, 다른 매장은 "여학생 옷은 제일 작은 치수 2장, 큰 치수 1장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 14일 아름다운 가게 창원 마산합포구 자산점에서 열린 '6회 사랑의 교복나누기' 행사장 밖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또 다른 양산 한 중학교 교복구매 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대형업체도 2만 원을 비싸게 판매하면서 현금으로 결제하면 티셔츠 2장을 끼워주는 판촉을 하고 있었다.

ㄱ 사 대표는 "우리도 대형업체 교복을 만드는 공장과 거래하고 있어 교복 품질에서 차이가 없다. 교복구매 업체로 선정돼 학생 수만큼 교복을 생산했는데 올해 판매를 못하면 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 한 중학교 교복구매 입찰에 4개 교복 업체가 경쟁해 작은 업체가 뽑혔지만 떨어진 대형업체가 더 이득을 보고 있다. 한 대형업체는 동·하복을 합친 입찰업체 가격(18만 7000원)보다 비싸게 동복(19만 8000원)을 판매하고 있는데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이 업체 매장을 찾고 있다.이 매장 역시 "학교에서 공동구매로 선정된 업체와 우리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제품이 다르니깐 많은 학부모가 개별 주문을 하는 것이다. 현금으로 하면 가격은 조금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도내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 참여 학교 중 4대 교복 브랜드 낙찰률은 67%. 나머지 33% 학교에 작은 업체들이 낙찰받더라도 대형업체의 판매술과 낮은 인지도로 고전하고 있다.

황병규 경남학생복협의회 회장은 "학교주관 교복구매를 통해 작은 교복 업체들이 참여함으로써 교복가격 인상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적자를 보면서도 낮은 가격을 제시해 교복구매 업체로 선정되고도 또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로 영세 교복업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업체 행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양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형식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임경환 공정거래위 카르텔조사과장은 "학교주관 교복구매 형식은 단가만 계약할 뿐 물량에 따른 개런티가 있는 게 아니어서 구매는 학생과 학부모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입찰 자체가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타 업체의 다양한 프로모션과 홍보 활동은 시장경쟁에서 정상적인 경쟁의 모습이고, 문제점은 제도 개선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업체 교복 선호도가 높지만 교복값 부담에 중고 교복 매장을 찾는 학부모도 많다. 19일까지 창원교육지원청이 진행하는 '교복나누기' 첫날인 14일, 아름다운가게 3개 지점(창원 사파점·창원 용호점·마산 자산점)은 학생과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을 선 학부모들은 "여벌 바지와 블라우스 등을 구매하면 40만 원을 훌쩍 넘는 교복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러워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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