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표 '무대', 이제는 시민 주도 일상문화 공간으로
고급예술 공급 위주 벗어나 서비스 넓힌 열린 공간 돼야
다양한 교육·자문위 구성 등 생산 참여 소비자 육성 필요

공공 문화예술회관은 시민에게 우수한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에게는 발표의 장을 제공해 지역 문화예술 거점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도 맡는다.

역할을 좀더 풀어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시민에게 제공해 향유 기회 확대 △문화예술 단체에 발표 공간을 제공해 지역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간접적으로 지원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사회적 응집력을 개발해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확립 △문화적 환경 조성으로 양질의 삶을 보장 △우수 문화예술 행사 유치로 지역민 자부심 고취 등을 꼽는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문화예술 관련 법률이 처음 제정되고 10여 년이 지난 시점인 1988년 문을 열어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 지난해 갈라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오는 3월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의기>. /경남문화예술회관

한국 공연예술 환경이 활발하지 않던 시대에 문을 열어 조금씩 저변을 확대했다.

한국 문화예술 환경이 바뀐 지금, 이제는 시민 기본권인 문화권을 보장하는 문화 민주주의 실천 도구 역할까지 요구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지역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도록 돕는 역할이 더해진 것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난해 12월 개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현주소와 지속 가능성(미래)을 타진했다. 변화하는 역할 요구를 경남문화예술회관도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포지엄에서 지속 가능성을 두고 발제를 맡았던 금동엽 울산문화예술회관장은 본보와 서면 대화에서 "공공 문화예술회관이 우리 사회에서 맡는 역할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먼저 나서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 관장은 앞서 경남문화예술회관장을 지냈다.

그는 "공공 문화예술회관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돼 공공성 제고 압력이 높아진다"며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에 운영 방식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 관장은 그 방향으로 '열린 공간'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 내 한정된 구성원이 대상이었던 고급 예술 중심 활동에서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 지역사회에 생동감을 주는 공공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 공공 문화예술회관은 오전에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밤에는 공연과 전시로 분주하다. 예술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도록 비옥한 토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해 시민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프로슈머(생산 참여형 소비자)로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경남문화예술회관도 같은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책임감을 지니고 서비스 내용과 대상 폭을 넓혀야 한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 하나만 두고 있어 소규모 공연 활성화가 어려운 현실이다. 공연 다양성을 강화하고 문화예술 분야 균형, 비용 효과를 높이려면 300~500석 규모 극장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 금 관장 주장이다.

더군다나 문화예술 취향은 생후에 획득하는데, 이는 교육을 통해 개발된다. 즉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 관심을 높이고 직접 참여를 유도하려면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공간도 필요하다.

인프라와 동시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금 관장은 "전문가가 마지막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정당성·투명성·타당성을 담보하면서 효과를 높이려면 시민 의사 반영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운영자문위원회에 시민을 대표하는 위원을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 관장은 더불어 정기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시민 욕구를 반영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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