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불법파견 혐의로 고소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지엠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0일 금속노조와 한국지엠 창원·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3개 지회는 카허 카젬 사장과 하청업체 사장들을 대검찰청에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전례를 언급하며 수사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한국지엠 창원·군산·부평공장에서 구조조정으로 7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이 해고를 당했다.

파견근로자 관련 법을 위반한 사용자가 공권력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틈을 타서 또다시 노동자를 탄압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검찰이 수사에 늑장을 부리지 않았다면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는 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고용안정 명목으로 한국지엠에 투입하기로 한 공적자금만 해도 80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한국지엠의 대량해고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은 사법부와 행정 당국에서 이미 판명 난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8개 하청업체 774명에게 불법파견 행정명령을 내렸고, 지난 3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창원공장의 불법파견을 판결했다.

사법부 판결과 당국의 조처에서 이미 위법이 확인된 사건임에도 검찰이 사용자 처벌을 위한 수사를 머뭇거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아사히글라스 등의 불법파견 사건도 검찰 수사가 몇 년 넘게 진행 중이라고 하니, 검찰의 불법기업을 비호하는 듯한 행태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불법을 자행한 기업이 사법부 판결이나 고소고발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아서도 안되거니와, 고소장에 먼지만 묻히고 있는 검찰의 늑장수사 역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검찰과 대기업의 유착 의혹으로 노동자 생존권이 외면당하는 일에는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요구되며, 불법파견이 엄단되도록 파견근로자 관련 법도 손질이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