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가족모임에서 김은 술 취한 형의 따귀를 때리고 넘어진 형을 발로 밟았다. 형이 먼저 김의 따귀를 때렸기 때문이다. 술이 깬 다음 날 말로는 화해했지만, 김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더 깊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던 형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있다. 김은 고등학 생때부터 '공부 못하는 동생'으로 대학 진학은 못 하고 직장 몇 곳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도 김이 간병하며 떠나보냈고, 어머니가 응급실에 있을 때도 형은 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고 했다. 김은 결국 2년 동안 어머니를 간병하고 얼마 전 떠나보냈다. 이런 일 외에도 김은 형에게 수십 년 동안 쌓인 감정이 가슴 밑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동안 수차례 형과 대화를 시도해보고 문자도 보냈지만 늘 무시당해왔다. 김이 원하는 것은 형의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그렇지만 만일 형이 김에게 맞는 '사랑의 언어'를 알고 있었다면 김과 형의 분노가 고름이 되어 터지는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반송성당에서 진행되었던 진선진마태오 신부님(반송성당 주임신부)의 특강은 김의 형이 모르고 있었던 '사랑의 언어 다섯 가지'를 알려 주었다.

사랑의 언어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봉사, 선물, 신체적 접촉이었다. 인정하는 말이란 상대방의 어떤 모습을 구체적으로 인정해주는 말을 할 때 사랑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 함께하는 시간은 서로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하는 것. 대화 시에는 내 얘기를 늘어놓기보다는 상대방 말을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봉사는 상대방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시간적, 물질적, 육체적 봉사 모두가 해당한다는 것. 선물은 작은 것이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는 무엇인가를 줄 때, 신체적 접촉은 손잡기나 가벼운 스킨십이나 부부간의 스킨십 모두 상대방과의 교감 정도에 따라 신체적 접촉도 사랑의 언어라고 했다. 이 중에서 내게 또는 상대방에게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지를 잘 알고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로 표현할 때, 상대방은 진정으로 사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나와 상대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 방법이 있을까? 상대방이 평소에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지, 내가 상처받았을 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을 잘 살펴보면 각자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싫은데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표현한다면 상대방이 바뀌고, 상대방의 태도가 바뀌면 내게도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사랑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주어야만 받을 수 있다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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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가 생각났다. 소와 사자는 서로를 너무 사랑했다. 사자는 소에게 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를 주었지만, 소는 고기가 맛이 없고 먹어도 배탈이 나서 괴로웠다. 소는 사자에게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풀을 주었지만 사자는 풀이 너무 싫었다. 서로가 자기의 관점에서 사랑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은 그 사랑을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오히려 더 괴로운 것이다.(출처: <제목없는 책>-박해조) 우리가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우를 얼마나 많이 범하고 사는지, 우리들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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