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서 조치 늦어 뇌경색
당직실 있던 의사는 전화 지시
병원 측 "응급상황 아니었다"

요양병원에서 뇌경색 증상을 제때 인지하지 못해 환자가 반신불수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ㄱ(여·82) 씨가 식은땀을 흘리고 신체 좌측에서 힘이 약한 모습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26일 오전 6시 50분이었다. 간호사는 당직의·주치의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ㄱ 씨는 천식이 심했었는데, 간호사 설명을 들은 의사는 천식과 관련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조치를 지시했다.

혈관이완제를 투여하고 네블라이저 치료를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병원은 오전 7시 24분께 ㄱ 씨 가족에게 연락했다. 며느리는 "할머니가 동공이 풀렸고 호흡이 곤란해 많이 안 좋으니 보호자가 빨리 와야겠다"는 전화를 받고, 8시 병원에 도착했다. 흔들며 부르자 ㄱ 씨는 며느리를 알아보면서도 입이 돌아간 상태로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며느리는 간호사에게서 "구급차를 부르고 있는데 운전사와 통화가 안 된다. 사설 구급차도 불렀는데 못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양병원 응급차를 타고 8시 40분에야 출발해 상급병원에 9시 20분 도착했다. 며느리는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뇌세포 괴사가 많이 진행돼 시술도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ㄱ 씨 가족은 제때 조치하지 않은 의료사고, 상급병원으로 가는 시간이 지체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ㄱ 씨 가족은 당직 의사가 병실에 들러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간호사가 당직실에서 자고 있던 당직의에게 전화했는데, 의사가 유선으로 지시 내린 게 전부였다는 것이다.

또 병원이 알츠하이머형의 노년성 치매를 진단하고 중추신경계용 약을 쓰면서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ㄱ 씨는 지난해 1월 7일까지 시립요양병원에 머물다 그날 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은 11일 ㄱ 씨에게 노년성 치매를 진단하고 약을 써왔는데, 가족은 사고가 터지기 얼마 전 이 사실을 알았다.

병원 측은 당직의가 병실을 방문하지 않고 유선으로 지시를 내린 점, 치매 진단을 내리고 약물을 투여했음에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 인정했다. 당직의는 "당직실에서 간호사한테서 환자 상태를 듣고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주치의에게 연락하라고 했다"고 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 질문에 답은 못 하셔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표시하시는 등 의료적으로 뇌경색 전조증상이라고 판단되지 않았다"며 "천식이 심했던 분이어서 CT·MRI를 찍어보자고 권유해 다른 병원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외진처럼 준비가 되는 대로 가는 거였다. 응급상황이라고 판단됐다면 개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서라도 이송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입원 상담할 당시 원무실장이 치매 검사를 하고 약을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간이인지기능검사를 해서 나온 점수에 준해 진단하고 투여해왔다"고 밝혔다.

마산보건소 담당자는 "당직의가 원내 당직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던 중에 전화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등 환자 대응에 소홀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시립요양병원에서 ㄱ 씨 진료기록부·간이인지기능검사 결과지 등 기록물을 확인하고 퇴원 당시 담당의 이야기도 들어봤지만 치매 약을 투약하지는 않았다"며 "바뀐 요양병원에서 중등도 인지장애라고 판정하고 치매 약을 환자에게 투여했다면 가족에게 설명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ㄱ 씨 가족은 "당직 의사가 자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병원 측 오판으로 방치돼 반신불수 상태가 됐다"며 "치매 진단을 내리고 투여한다는 사실을 알렸더라면 시립요양병원으로 다시 옮겼을 것이다. 입원 상담할 때부터 치매와 관련한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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