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복이 오는 돼지섬
황금돼지 전설 내려오는 섬 1.5㎞ 둘레길 산책하기 좋아
곳곳 아기자기 조형물 '재미'…마산 풍경 파노라마로 '힐링'

새해 들어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돝섬이 주목을 받는 분위기네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여행정보포털 '대한민국구석구석'에 1월 추천 여행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올해가 기해년 돼지해라 전국에 있는 돼지 관련 관광지를 추천했는데 그중에 창원에 있는 돝섬과 저도가 포함된 거죠.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 정확하게는 돝섬과 저도를 중심으로 한 마산 여행 코스를 안내하고 있네요.

무엇보다 돝섬은 황금돼지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곳이니 올해 한 번은 다녀가 복을 빌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현재 1959년생 황금돼지 띠 분들은 뱃삯을 반값(4000원)으로 해 줍니다. 특히 생일 당일에 가면 무료랍니다!

▲ 돝섬./경남도민일보 DB

◇37년 묵묵히 서 있는 황금돼지상

창원에 오래 사신 분들은 '돝섬 거 뭐 볼 거 있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옛 시절 돝섬에 있던 서커스장이나 동물원,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는 이제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지금 수수한 모습으로 남은 돝섬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산 앞바다 잔잔한 물결을 보며 산책하기 딱 좋거든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에서 배를 10여 분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자체도 사실 굉장한 매력이죠. 그래서 이번 주에는 오로지 산책을 위해 돝섬을 찾았습니다.

돝섬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해양신도시 매립지 곁을 지납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마산 도심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돝섬 선착장에 내리고 보니 오, 간판을 새로 단장하고 있습니다. 옛날 것은 사실 약간 초라하기도 했는데, 번듯하게 바뀌었네요. 간판을 지나면 복을 비는 쪽지를 적어 걸어두는 시설을 설치해 놓았네요. 이미 많은 분들이 저마다 올 한 해 바라는 것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돝섬 입구에 있는 황금돼지상./이서후 기자

그 뒤로 황금돼지상이 보입니다. 대부분 관광객이 이 돼지와 함께 사진을 찍죠. 이건 돝섬이 해상공원으로 개장되던 1982년 5월 1일 섬 입구에 세워진 겁니다. 제 기억에는 처음부터 황금색은 아니었고요, 제법 푸르스름하게 녹이 슬어있던 청동상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황금옷을 입었더군요.

확실히 돝섬에 내려오는 전설은 황금돼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돼지상 뒤편으로 벽화를 보시면 가야시대 후궁이 황금돼지가 됐다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잘 설명해 놓았으니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잔잔한 물결 너머 풍경을 보며

돝섬 해안을 빙 돌아 길이 잘 연결돼 있습니다. 1.5㎞ 정도인데 안내판에는 소요시간이 40분으로 돼 있습니다. 풍경을 충분히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야 그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안내도에는 섬 둘레를 바다꽃길(420m), 파도소리길(700m), 바다체험길(380m)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바다꽃길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이 길을 다 거치게 됩니다.

▲ 돝섬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서후 기자

산책을 시작하며 처음 눈이 가는 곳은 아무래도 가까이 보이는 마창대교가 아닐까 싶네요. 바다 건너편 다리 아래 귀산동 카페거리도 보이고요. 섬이 작다 보니 조금만 걸어도 바다 풍경이 바뀝니다. 오후 햇살에 더욱 파래진 물결 너머로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과 거대한 크레인이 우뚝합니다.

마산 앞바다는 내륙으로 깊이 들어온 곳이기에 파도가 아주 잔잔하죠. 작은 배 한 척만 지나가도 돝섬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유난히 급해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바닷가 제1전망대에서 가만히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실제로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 선 듯한 느낌이네요.

▲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닷물이 제법 맑다. /이서후 기자

▲ 바다 건너 보이는 마산 도심 풍경. /이서후 기자
곳곳에 바닷가로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물이 제법 맑은 걸 알 수 있습니다. 똥물이라 불리던 마산 앞바다가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거겠죠.

◇돌부처 묘한 분위기와 북극곰의 아련함

이제 풍경은 마산 도심을 향해 있습니다.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이 또 독특한 매력이 있죠.

도심 뒤로 우뚝한 산이 무학산입니다. 무학산과 돝섬은 황금돼지 전설과 신라 최고의 천재 고운 최치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길가에 돌부처가 하나 나오는데요. 돌부처 자리가 최치원이 화살을 쏘아 황금돼지 요괴를 물리치고 제사를 지냈다는 곳입니다. 신성한 곳이라 주민들이 돌부처를 세웠나 봅니다. 돝섬이 해상공원이 되기 전까지 여기서 매년 기우제도 지냈다고 합니다.

2012년 돝섬에서 열린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이 돌부처 주변에 유리로 전각을 만들고 월인각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몇 해 전 이걸 발견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옛날엔 기우제를 지냈다는 돌부처. /이서후 기자
▲ 북극곰 조형물. 옛 동물원에 있었다. /이서후 기자

월인각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서면 바닷가에 북극곰 동상이 보입니다. 투박한 조형물이지만 뭔가 돝섬과 잘 어울립니다. 옛날 돝섬 동물원에 있던 북극곰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곰 우리는 바닷가에 있었습니다. 절반은 바닷물이어서 자연스레 수영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난 10월 눈을 감은 북극곰 통키가 태어난 곳이 돝섬이죠. 그래서일까요. 고개를 돌려 마산 도심을 바라보는 북극곰 조형물의 표정이 뭔가 아련한 느낌입니다.

북극곰을 지나면 창원해양레포츠센터가 나옵니다. 요트가 나란히 정박해 있습니다. 듣기로는 여름이면 제법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 출렁다리. 노을 지는 시간에 특히 운치있다. /이서후 기자

마지막 코너를 돌면 다시 마창대교가 보이고 출렁다리가 나옵니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선착장입니다. 출렁다리는 노을이 질 때 걸어야 제맛입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마지막 배가 오후 5시 30분이면 섬을 떠난다는 걸 잊으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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