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선수 2명 피해사실 조만간 폭로
미 체조계 '나사르 사태'떠올리게 해

새해 벽두에 한국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의 성폭행 피해 폭로는 성폭력 가해자 래리 나사르(56)를 법으로 단죄한 미국 여자 체조선수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떠올리게 한다.

심석희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4년부터 4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안겼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포함해 선수 4명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터였다.

경찰은 조 전 코치의 폭행과 성폭행 연관 가능성을 집중 수사 중이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심석희의 고백 후 또 다른 빙상 선수 2명이 성폭행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조만간 공개할 참이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질 조짐이다.

조 전 코치를 비롯한 가해자들의 성폭행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뿌리째 흔들 핵폭탄급 뇌관이 될 게 자명하다.

벌써 '성적 지상주의와 폐쇄적인 체육계 관행이 낳은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지도자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참에 폭행과 성폭력이라는 적폐를 완벽하게 도려내지 않으면 한국 체육은 빙상계와 엘리트 스포츠를 향한 국민의 엄청난 불신에 직면한다.

미국 미시간대 체조팀과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나사르는 30년 가까운 기간 300명이 넘는 여자 체조선수들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사실상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미국 전·현직 체조선수 150명은 지난해 1월 나사르에게 당한 성적 학대를 잇달아 폭로해 나사르를 궁지로 몰았다. 2017년 연방 재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은 나사르는 선수들의 연쇄 증언이 나온 2018년 1월엔 미시간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유죄를 인정하고 최고 175년형을 또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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