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위판액, 예년보다 급감
마리당 가격 '껑충'식당도 난감

10일 오전 9시 통영시 산양읍 통영수협 삼덕위판장.

간밤에 갓 잡아올린 싱싱한 활어들의 움직임에 물살이 사방으로 튄다. 활어들 사이로 수족관 같은 틀안 바구니에 담긴 물메기가 줄지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위판된 물메기는 아주 적은 양이다.

통영과 거제 등 남해안 앞바다에서 쉽게 잡혔던 겨울진객 물메기와 대구가 올겨울엔 보기 드물다. 통영에서 물메기를 전문으로 잡는 통발어민 등에 따르면 예년 이맘때 흔히 볼 수 있었던 물메기가 올해 '귀한 생선'이 됐다. 제철을 맞았지만, 잡히는 양이 예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어민은 물론 식당에서는 활어 확보에 차질을 빚고 비싼 가격 탓에 가격 맞추기도 쉽지 않다.

▲ 10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통영수협 삼덕위판장에서 물메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하청일 기자

◇물메기 상한가 = 물메기 어획량 감소는 위판 물량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통영수협이 밝힌 도천위판장과 삼덕위판장 2곳 물량을 합친 자료를 보면 올겨울(지난해 12월 1일부터 9일 현재)에는 2만 3000마리가 위판돼 3억 9700만 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4만 5000마리에 4억 3000만 원의 실적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 마리당 단가도 큰 폭으로 올라 평균 1만 7500원에 위판돼 전년도 9600원에 비해 7800원이나 늘었다.

서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는 "예년엔 매일 20마리씩 경매를 봐 물메기국을 끓였다. 그런데 올해는 워낙 잡히지 않는 바람에 10마리를 구입하려 해도 쉽지 않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그는 "작년엔 1만 몇천 원에 경매봤는데 올해는 4만 8000원에 샀다. 이렇게 비싼데 얼마를 받고 생선국을 팔아야 손님 기분도 맞추고 우리도 남는 게 있겠나"고 했다. 실제로 예년엔 1만 2000원 정도 하던 물메기국이 올해는 1만 7000∼1만 8000원 정도다.

김정국(58) 사량도연안물메기통발자율관리어업공동체 감사는 "올해처럼 물메기가 잡히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며 "대개 12월 중순에 시작해 1월 말쯤 물메기 잡이가 끝나는데 이러다간 올해 바다농사는 접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물메기가 잡히지 않으면 수정란을 방류하지 못해 내년에도 똑같은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부터 공동체에서 수정란 방류사업을 해왔다는 그는 "물메기도 지속가능한 어족자원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같은 날 거제 장목 외포위판장에서 대구가 나무상자에 담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열 기자

◇대구 어획량도 급감
= 대구 어황도 사정이 비슷하다. 거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위판된 대구는 2만 7991마리로, 2017년 같은 기간(7만 7319마리)보다 4만 9328마리 급감했다. 전년도 어획량의 36% 수준에 그친 것이다.

위판 금액 역시 대거 줄었다. 같은 기간 2017년 12억 78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억 6610만 원으로 5억 원가량 감소했다. 거제수협 관계자는 "올겨울은 대구뿐 아니라 다른 어종들도 전반적으로 어획량이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대구잡이에 나선 어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황 부진은 훨씬 컸다. 김용호 거제대구호망협의회장은 "대구 어획량이 예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구잡이가 시작되는 11월부터 연말까지도 비교적 따뜻해 수온이 안 맞은 건지 대구 어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거제 장목면 외포항에서 만난 한 상인은 "대구가 예년보다 마리당 1만 원가량 비싸졌다"며 "크기나 무게, 암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작은 게 3만 원, 중간치는 4만 원, 큰 거는 5만 원 선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어획량 감소에 1월 금어기가 겹친 탓인지 물양장을 따라 늘어선 점포마다 생대구보다는 건대구가 눈에 띄었다.

한편, 최근 3년간 대구 어획량(전년 11월~당해 3월)은 2016년 10만 3410마리에서 2017년 15만 1779마리로 부쩍 늘었다가 2018년 10만 7507마리로 떨어지는 등 부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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