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천차만별인 교복 가격 때문에 혼란스럽다. 교복 공동구매와 구매 입찰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제도상 허점과 업체들의 편법 때문에 교복 가격 안정화란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는 교복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있다. 일부 사립학교나 전교생 교복 물려입기를 하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공동구매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별로 교복 가격이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학교마다 자체 품질기준을 통과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을 통하여 구매하다가 보니 생기는 일이다.

비슷한 업체 간의 경쟁이다 보니 교복 품질이야 사실 크게 차이 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은 입찰에서 가격을 낮게 제시한 업체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같은 품질의 교복을 동시에 여러 학교에 납품하는 경우에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입찰을 따기 위하여 학교마다 학생 수를 따져가며 가격을 다르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한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하지만 학부모 처지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불법을 저지르거나 꼼수를 쓰기도 한다. 타 지역에서는 지역별로 대형 브랜드 업체끼리 담합해 입찰 가격을 사전에 조율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기본 구성 가격은 낮추지만, 여벌로 장만하는 추가 교복 가격은 높게 책정하여 이윤을 확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대형 업체는 일부 품목을 끼워 넣기 식으로 가격을 낮춰 입찰을 따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모두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복 구입을 지원하여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위해서 교복 나누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다. 학교협동조합을 통하여 공동구매의 이점을 살리는 방법도 유용하다. 경남교육청이 교복 가격의 균형을 맞추는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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