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로 접어든 진주 실크산업
돌파구 위해 한복 퍼포먼스 제안

"시의원들이 올해 첫 본회의 때 한복을 입으면 어떨까요?" 몇몇 진주시의회 의원에게 물었다. 대부분 "좋지"라고 했다. 평소 한복을 애용하고 가끔 한복을 입고 등원하는 서정인(민주당)의원은 "의미가 있는 날에 정기적으로 한복을 입어야 한다"며 한 술 더 떴다. 같은 당 박철홍 의원은 "실크중흥협의회에서 시청공무원이 하루쯤은 한복을 입고 출근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라는 말도 보탰다. 이처럼 긍정적인 대답 일색인데 왜 지금껏 한 번도 안 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일부는 "왜? 귀찮게"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진주실크를 살리고자 한복을 입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의회가 앞장서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하면 "그런 의미라면 당연히 입어야지"라고 했다.

그동안 진주실크산업은 100년 전통, 세계 5대 명산지 등을 자랑하며 잘나가던 산업이었다. 물론 지금도 넥타이나 스카프, 한복지는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진주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품질도 뛰어나다. 그런데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원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실크를 대체할 제품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지만 진주실크업체는 예전의 것만 고집하고 있다. 일부 업체가 양복지나 실크벽지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주력상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소재 개발 등을 이끌어야 할 실크연구원은 현실적인 벽에 막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급한 게 소비를 늘리는 것인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실크넥타이는 공무원 복장 자율화 등으로 소비가 확 줄었다. 결혼문화가 바뀌면서 한복수요도 줄고 있다. 여기에 업체들끼리는 덤핑경쟁도 마다치 않는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진주시와 경남도에서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경복궁과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 한복을 입는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관광지에서 한복을 입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는 점이다. 한복이 젊은이들의 놀이문화가 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주시의회는 2016년 '한복착용 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모든 의원이 한복을 입고 등원하면서 한복 입기를 실천했다. 안동시의회도 2012년 한류열풍에 발맞춰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의 정서를 알리자며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시청 간부공무원이 모두 한복을 입고 본회의를 진행했었다.

김종현.jpg

진주시의회도 100년 전통 실크산업을 되살리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실크 한복을 입고 등원하는 퍼포먼스를 해보면 어떨까. 한복 입기 조례를 제정하고, 한복을 입으면 문화시설이나 축제장 입장료도 할인해주는 혜택도 고민해봄 직하다. 실크업체와 실크연구원이 환골탈태해 제2의 전성기를 누려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