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항일 흔적…'여성'은 없다
광복회 경남지부-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
보훈처-독립기념관 현황 공개…도내 각각 110곳-140곳 파악
여성운동 관련 장소 다수 방치…시군 재조사·관리 일원화 필요

경남지역 독립운동 유적에서 여성독립운동 발자취를 읽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여성독립운동가 생가터 등이 지금까지 알려졌습니다만, 어떤 알림도 없이 방치돼 있거나 아예 도로로 덮여버린 일도 있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지역 독립운동을 기리려면 인물과 현장 발굴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흔적도 도시화와 개발사업에 계속 사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 창원 용지문화공원에 있는 경남항일독립운동기념탑. /김구연 기자 sajin@

◇도내 독립운동 유적 어디서 찾나

독립운동이나 독립운동가 공훈을 기리는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경남에 110곳입니다. 시·군별로 보면 합천과 함양이 각각 12곳으로 가장 많고, 거창 10곳, 의령 9곳, 고성과 창원 마산합포구 각각 8곳, 김해와 하동 각각 7곳, 밀양 6곳 등이 뒤를 잇습니다.

대통령령으로 '현충시설의 지정·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요. 국가보훈처장은 이런 시설의 실태조사, 지정, 관리 지원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각종 비석과 탑, 조형물, 장소, 기념관, 전시관, 생가와 부속건물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도 있지만, 문중이나 기념단체 또는 개인이 관리 주체인 예도 있습니다.

그 현황은 국가보훈처 현충시설정보서비스(www.mpva.go.kr/mfis/index.html) '독립운동' 부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보훈지청 담당자는 "지역에서 요청서를 올리면 1년에 두 차례, 4월과 10월 정도에 심의위원회를 열어 현충시설 지정·변경 건을 다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독립기념관은 국내 독립운동 사적지(sajeok.i815.or.kr)를 알리고 있습니다. 현충시설 현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터와 학교 터, 만세시위지와 계획지, 신사참배 거부운동지, 신간회 지회 창립대회지, 동맹휴학지, 파업투쟁지 등 좀 더 다양한 장소가 포함돼 140곳 안팎으로 집계했습니다. 시·군별로는 밀양이 21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주 15곳, 양산 11곳, 고성과 하동 각각 10곳 등이었습니다.

이는 2010년 즈음 조사가 밑바탕인 자료입니다. 당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항일독립운동 사적지>를 발행했는데, 책에 실린 경남 현황을 보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밀양은 27곳, 진주는 16곳 등으로 좀 더 많이 나옵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search.i815.or.kr)에 전자책 형태로 올라와 있습니다.

◇다양한 현장 발굴·조사 나서야

이처럼 조사 또는 심의 기관에 따라 독립운동 유적 현황도 다른 실정입니다. 항일독립운동 유적과 현장을 한데 묶어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016년 제정된 경상남도 독립운동 선양사업 지원 조례가 있습니다. 도지사는 독립운동과 관련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합니다. 아울러 독립운동 재현 사업, 유적지 보존과 표지석 설치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은 관련된 기록이나 현장, 시설물 등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증언해줄 사람도 대부분 세상을 떠난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한 <항일독립운동 사적지>에도 현대식 건물만 남고 독립운동 흔적은 아예 없는 장소가 수두룩했습니다. 지금은 조사한 시점으로부터 8년이 더 지났으니 현장 보존이 제대로 안 된 곳도 제법 있을 것입니다.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경남도가 시·군별 현황 재조사에 나서고, 시·군과 함께 '우리 동네 독립운동 안내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규모만 크고 겉만 번지르르한 기념사업보다 어쩌면 더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아가 이 가운데 여성독립운동 현장도 그야말로 '발굴'하고 일제강점기 노동운동, 농민운동, 학생운동 현장 등 다양한 형태로 분류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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