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에서 완공까지 가장 인문학적인 이공계학과

"건축가는 건물을 매개체로 대중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하나의 건물이 들어서면 그 지역의 외형은 물론, 오가는 사람들의 생활도 바뀐다." "건물을 짓는 기술뿐 아니라, 건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제대로 된 건축가가 될 수 있다."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건축의 특성에 따라 건물설계와 디자인은 물론, 역사·철학 등 인문학, 예술과 사회학까지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건축학과의 특성 때문에 건축학과의 소속 단과대학도 학교마다 공과대학, 예술대학, 도시과학대학 등 다양하다.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의 차이

건축학과의 특성은 건축공학과와 비교할 때 이해하기 쉽다. "건축학과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양성한다면, 건축공학과는 각 악기별 특징을 정확히 알고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악사를 길러내는 학과" 즉, 건축학과의 교육과정은 하나의 건축물을 설계부터 완공까지 전 단계를 총괄하는 리더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배우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음악 전체를 이해하고 소리의 조화를 이끌어 내야 하듯이 건축학과가 양성하려는 건축가도 건축의 전반을 이해하고 각 분야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건축학과의 수업 구성도 건축공학과와는 다르다. 건축공학과는 수학·물리·화학 등 이공계 기초학문으로 이론을 다지고, 건물을 이루는 구조와 설비 등을 완성하는 기술을 익힌다. 이에 반해 건축학과는 기하학·수학 같은 학문은 물론, 디자인과 예술, 세계건축의 역사와 문화, 인간형태 등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도 병행한다.

◇전공 130학점 이수해야 졸업, 커리큘럼 거의 같아

주요 대학 건축학과는 거의 5년제로 짜여 있다. "우리나라가 WTO(세계무역기구)의 회원국이 되면서 의사·변호사와 같은 전문 자격증을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게 했고, 건축사 자격증과 관련 교육과정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5년제로 개편됐다." 건축학교육인증원의 심사를 거친 5년제 건축학과는 현재 전국 70여 곳에 이른다. 건축학교육인증원에서 인증 받은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5년간 공부한 뒤 실무 경력 3년을 쌓아야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실무 3년 거쳐야 자격시험 응시 - 건축사 외 방송,영화계 진출도

건축학과는 건축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건축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5년제 커리큘럼을 이수한 뒤 3년의 실무 경험을 쌓으면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의학과에서 6년간 공부하고 의사고시에 합격하면 의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건축학과를 졸업한 학생 중 건축사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도 적지 않다. 건축사 이외의 다른 진로를 개척하는 이들이다. 50% 정도가 건축사로, 나머지는 창업을 하거나 문화·예술공연 기획자, 기자, PD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역량으로 완성하는 게 아니라 협업의 산물이다.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여학생들이 건축가라는 직업에 주목하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건축은 남자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공감능력이 건축가에게 필요한 자질로 각광받으며 여학생의 지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건축사 자격시험은 실무 경력을 3년 이상 쌓아야 응시할 수 있다.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는 곳은 삼우·희림·간삼 등 건축설계사무소나 대기업의 시공사다. 일반적으로 시공사는 건축공학과 졸업생이 취업한다고 알려졌지만, 건축학과 학생들도 건축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 취업이 가능하다.

광고·영화·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자로 진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문기자나 방송 PD로 취업하는 졸업생도 적지 않다. 건축의 과정이 기획과 비슷하다면, 여러 사람과 협업을 통해 최상의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과정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건축가의 업무 특성은 방송 PD나 영화감독과 닮았다. 학교 교수들은 건축학과에서 다루는 분야가 워낙 넓어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며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다고 말한다. /청소년 기자 김수현(사대부고1) 김서영(경해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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