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이 구단주""지원하되 간섭은 안해
"성적 상관 없는 경남FC 사랑 약속 눈길

7일 오후 6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제인과 축구인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5시 59분. 현장 스태프가 부산해졌다. "지사님 오십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누군가가 "와, 어떻게 1분도 안 어기고 정확하게 들어오나"라는 말을 했다. 참 힘들기도 할 테다. 여기저기 행사장 쫓아다니다 보면 차가 막힐 수도 있고, 어쩌면 너무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 행사 시간 맞추는 것도 지사를 보좌하는 공무원들이 참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살짝 스쳐갔다. 사실 이런 의전이 잘됐니 못됐니는 내 관심사에서 한참 떨어지는 부분이다. 그보다는 '지사가 지금 이 자리의 상황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 이날 행사에서 김 지사의 발언은 고맙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 싶어 놀랍기도 했다. 내려놓음으로써 올라서는 법을 잘 아는 듯싶었다. 김 지사는 FC바르셀로나 얘기를 했다. 협동조합 얘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경남FC 구단주이지만, 언젠가는 도민이 구단주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적절한 시점에 '구단주'라는 지위와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참 쉽지 않은 롤 모델을 제시하는데 벅차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얘기도 했다. 참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자유한국당, 그 전에 새누리당이 '빨간' 색을 당 상징으로 선정하기 훨씬 이전부터 경남FC 상징색은 '검빨'이었다. 검정과 빨강의 조화. 김 지사가 도청에 입성하자 이 '빨강'을 '파랑'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 못된 사람이다. 다행히 경남 구단은 '빨강'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날 행사장에 등장한 선수들이 입은 옷은 파랑에 가까웠다. SNS에 현장 스케치를 공유했더니 금방 반응이 왔다. '경남이 빨강을 버리고 파랑을 선택했나요?'라는 거였다. 선수들이 무슨 색깔 옷을 입었는지에까지 신경쓰는 일. 적어도 이날 김 지사 발언으로 미뤄 짐작하면 이런 일은 없지 싶다.

김 지사의 이날 발언 중 압권은 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언급이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덜랜드 AFC는 사실 최약체에 속한다. 지동원 기성용이 뛰기도 했던 선덜랜드는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클럽이다. 강등당한 데 이어 2부리그에서도 꼴찌 부근에서 헤맸다. 하지만 이 클럽의 팬과 지역주민들은 클럽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경남이 2018 시즌 너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더는 올라갈 데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 김 지사는 내려간 클럽을 이야기했다. 경남이 지금보다 더 내려가더라도 관심과 사랑, 후원을 얘기하는 김 지사. 그가 바르셀로나를 얘기하는 게 진정성을 담은 것이라는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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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경남FC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모든 걱정을 '기우'로 돌려놓은 김 지사가 그리는 경남FC의 미래가 기대된다. 올 시즌 경남이 거둘 성적과는 관계없이 장기적인 '행복회로'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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