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도입하면 사람 일자리가 줄어든다? 아니, 고용 늘리고도 매출까지 증가했다
2013년부터 시스템 구축…실시간 재고·불량 등 파악
생산성·경쟁력 강화 '결실'…연구직 중심 고용 재창출

경남지역은 현재 500여 제조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발 들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스마트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마트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한 기업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도지사가 모범 모델로 찾은 기업

지난해 8월 21일. 경남도는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적인 '스마트공장 확산 계획'을 내놓았다. 당시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가 도청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그 시각, 김경수 도지사는 도내 스마트공장 구축 모범 업체 현장에 있었다. 다름 아닌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신신사(대표이사 최상기)였다. 김 지사는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때때로 놀라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도내 스마트공장 확산 의지를 이전보다 더 강조했다.

이날 김 지사를 안내한 최상기 신신사 대표이사는 스마트공장 구축 이후 변화를 이렇게 압축했다. "빨리하고 불량률을 줄이니까 그 주문이 우리한테 올 수밖에 없죠."

신신사는 LG전자와 30년 넘게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프레스 가공회사다. LG전자에서 생산하는 가전제품 프레스 성형물, 예를 들어 세탁기 외관과 같은 것을 생산하고 있다.

신신사는 2010년까지 매출 등 매해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 재고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았고, 불량이 언제·어디서·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추적하기 어려웠다. 결국 눈 돌린 것이 스마트시스템 도입이었다.

신신사는 2013년부터 정부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스마트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우선 생산공정관리시스템(POP) 구축에 들어갔고, 이후 2014년 공급망관리시스템(SCM) 구축, 2015년 국외 법인 스마트공장 시스템 확대 적용, 2017년 스마트공장 수준 향상을 위한 생산정보시스템(MES) 확장을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생산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로봇자동화시스템도 구축했다.

신신사는 지금까지 스마트시스템 구축에 10억 원 이상을 들였다. 하지만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체 부담을 3분의 2 이상 줄였다. LG전자 협력업체 지원사업도 활용했다. 신신사는 본사 1개 동에 '지능형 자율공장'을 구축하고 있는데, LG전자로부터 12억 원을 무이자(1년 거치 3년 분할 상환)로 빌려 활용하고 있다.

▲ 김용주 신신사 이사가 공장 내 설치돼 있는 스마트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선순환 구조에 따른 '고용 증대'

김용주 신신사 이사(기술연구소장)가 회사 '컨트롤타워'에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지시수량·목표수량·불량수량·진척률 등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또 다른 모니터에는 전체 시스템 상황이 파악되고 있었다. 문제가 없을 때는 녹색이었다가, 불량 등이 발생하면 적색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생산 현장에도 설치해 있어, 작업자들은 곧바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 등 국외 법인 현장 매출·매입도 실시간 점검 가능한 구조다.

신신사가 스마트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지 5년여, 그 효과는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종이가 사라졌다. 기존에는 담당자들이 '작업자별 생산일보 작성-작업일보 회수-생산일보 작성-원·부재료 수율 계산-생산 실적 보고' 등의 과정을 하나하나 손으로 적었다. 그리고 생산 현장에 줬다가, 이후 다시 받아 집계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전자시스템으로 일원화됐다. 이에 공정별 집계, 재고 파악 같은 '데이터 도입 시간'이 기존 6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됐다.

또한 전체 불량률은 36%, 재고량은 9% 감소했고, 납기 준수는 100%에 이르고 있다.

재고만 놓고 보면, 이전에는 작업자들이 무턱대고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많이 남으면 방치하게 되고, 그에 따른 손실이 뒤따랐다. 반대로 물량 부족 때는 생산자들이 부랴부랴 야간작업까지 해가며 맞춰야 했다. 이제는 실시간 재고 파악으로 생산량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다.

▲ 신신사에 설치된 모니터에 지시수량·목표수량 등 데이터가 실시간 집계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현장 노동자 안전도 향상됐다. 이전에는 작업자가 기계 확인을 위해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넣는 등 위험에 노출됐다. 이제는 모니터로 기계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곧 매출 증가로 연결됐다. 신신사 매출액은 2015년 652억 원에서 2017년 805억 원으로 23.5% 늘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고용 증가'다. 본사 인력 기준으로 2015년 150명에서 2017년 180명으로 늘었다. 청년 고용이 10명에서 30명으로, 연구직이 3명에서 8명으로 증가했다.

김용주 이사는 고용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 로봇이 들어오니까 생산 작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퇴사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들이 로봇을 관리하는 쪽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즉, 기존 단순 반복 작업자가 지식 관리자로 탈바꿈한 거죠. 또한 디지털화, 그리고 국외 법인 스마트화를 위해 '추진 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인력이 더 보강됐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스마트시스템으로 생산성이 향상돼 가격 경쟁력이 오르고, 그러면 물량·생산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매출도 증가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고용 확대로 연결되는 것이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신신사도 스마트시스템 정착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안착하는 데 2년여 시간을 필요로 했다.

시스템 도입 초기, 재고 확인에만 4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단계별 점검 후 취합해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곳곳에서 지연된 것이다. 이제는 시스템 정착으로 50분 이내로 단축됐다.

김용주 이사는 스마트시스템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리더 의지'를 꼽았다.

"신신사 성공 비결은 '혁신적 사고, 정부 지원 활용, 특화된 기술'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상기 대표이사의 의지였다고 봅니다. 스마트화 추진 때는 전사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걸 대표이사가 직접 챙겼습니다. 저희는 매주 화요일 팀장들이 모여 한 명 한 명 발표를 합니다. 스마트시스템 점검·토론입니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도 당연히 참석해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스템을 깔아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이죠."

애초 시스템 도입 때는 기존 시설 낙후로 공장 이전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전 비용 부담으로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결국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극복해 나갔다. 이제는 '스마트공장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신신사는 본사 12개 동 가운데 한 곳을 '스마트공장 시범 공장'으로 구축했다. 이에 매주 타 업체에서 견학을 온다.

김 이사는 정부·지자체 지원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리 역시 100% 자체 부담이었으면 추진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부·지자체 지원 프로그램이 좀 더 폭넓어지고, 업체들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스템 기계 도입 같은 경우 무상 임대 같은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공장 수준은 단계적으로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로 나뉜다. 신신사는 자신들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 기관 평가를 의뢰했는데, 현재 '중간1 단계'라는 답을 받았다. 신신사는 오는 2020년까지 중간2 단계, 2025년까지 고도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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