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메도 좋으니 올겨울도 잘 부탁해
튀김·라테 등 먹는 법 다양…달큰한 맛, 추운 계절 별미
1700년대 일본서 들여와…종류별로 식감·색 풍부

고구마 전파 경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인류의 주요 식량인 고구마는 재배 식물 중 전파 경로가 가장 명확하지 않다. 중남미 원주민이 오래전부터 고구마를 재배했고, 그 이름 유명한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중남미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고구마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여러 탐험가가 태평양 각지에서 고구마 재배를 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고구마를 널리 퍼트렸는지는 지금도 여전히 수수께끼다.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소개된 연구 결과는 수수께끼를 더욱 미궁으로 빠트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식물학자 파블로 무뇨스-로드리게스는 고구마가 인간 도움 없이 다른 지역에 뿌리 내렸다고 주장했다. '누가'라는 의문에 '아무도' 고구마를 전파하지 않았다는 것.

▲ 갓 구운 고구마가 맛있게 익었다. 큼직해서 먹음직스럽다. /최환석 기자

고구마가 어떻게 자력으로 이동을 했을까. 결정적 증거가 없는 탓에 반론이나 전통적 추측도 여전하다. 고구마가 해류를 타고 이동을 했든, 사람이나 새가 옮겼든, 어쨌든 인류에게 중요한 농산물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잘게 썬 고구마를 잘 말려 끓여 먹는 빼떼기죽은 과거 힘든 겨울을 나는 데 그만이었다. 지금은 별미로 이따금 빼떼기죽을 먹는다. 빼떼기죽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먹는 법은 무척 다양하다. 우선 고구마는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처음은 텁텁하지만 씹을수록 달큰하고 풍미가 있다. 이때 껍질은 깎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나아가 쪄서 먹고, 구워서 먹고, 튀겨서도 먹는다. 요즘은 고구마 케이크, 고구마 라테 등 더욱 다양한 식용법이 등장했다.

▲ 잘게 썬 고구마를 잘 말려 끓여 먹는 빼떼기죽.

줄기도 버릴 게 없다. 줄기 껍질을 벗겨 나물이나 김치로 담가 먹는다. 빼떼기와 비슷하게 얇게 썰어 찌거나 삶아 말려서 먹거나, 아예 전분으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고구마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현은 고구마 소주로도 잘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가고시마현 이즈미시에 있는 한 소주 공장에 들러 고구마 소주를 맛본 적이 있는데, 고구마 향이 은은하게 퍼져 풍미가 상당했던 기억이 있다.

한반도에 전해진 고구마는 일본에서 비롯했다. 160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 닿은 어민이나 통신사를 통해 고구마 존재가 한반도에 알려졌다. 재배는 이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1700년대 후반부터다. 1763년 조엄이 일본 통신사로 가던 길에 대마도에서 종자를 얻어 부산 동래와 제주도에 시험 재배한 것이 시작이다.

앞서 서울에 살던 이광려라는 인물이 고구마 재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명나라 문헌 <농정전서>에서 고구마 존재를 확인한 그는 종자를 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어렵게 종자를 구해 시험 재배를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널리 효용성이 있다는 판단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쉽지 않았던 것. 이광려에게 자극을 받은 동래부사 강필리가 비교적 따뜻한 동래에서 재배를 시험했다. 알다시피 고구마는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성과를 거둔 강필리는 한국 최초 고구마 전문서 <강씨감저보>를 펴냈다. 이후 여러 인물이 고구마 재배를 주장하고, 국가에서도 고구마 재배를 장려했다. 하지만, 고구마가 전국적으로 재배된 때는 1900년대 이후다.

보통 퍼석한 식감의 고구마를 '밤고구마', 무른 고구마는 '물고구마', 단호박처럼 속이 노란 고구마는 '호박고구마', 속이 자주색인 고구마는 '자색고구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고구마에도 엄연히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지난해 선보인 신품종 고구마 진율미·단자미·호감미 고구마도 그중 하나다. 단순히 분류하면 맛도 단순해진다. 고구마 품종을 알고 먹으면 그만큼 맛도 풍부해지는 법이겠다.

겨울 길거리 음식 하면 군고구마를 꼽았는데, 점차 옛말이 돼 간다.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이 높아진 까닭이다.

말 나온 김에 집에서라도 동치미에 군고구마를 곁들여 맛있게 먹어볼까 싶다. 겨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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