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일일 투구 수 제한 완화 ②주말리그-전국대회 분리
에이스투수 대회 초반에 투입...결승전에선 등판 못해 맥빠져
전국대회 예선 병행 주말리그...일부에게만 기회 '입시 걸림돌'

고교야구 선수가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최대 투구 수가 바뀔까. 9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감독자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투구 수 제한 완화가 고교야구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아마추어 선수를 보호하고자 초등·중등·고등부 투구 수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에 따라 고교야구는 1일 최다 투구 수가 종전 130개에서 105개로 줄었다. 투구 수에 따른 의무 휴식일도 정해졌다. 다음날 연투가 가능해지려면 30개 미만으로 던져야 하고, 31∼45구 1일, 46∼60구 2일, 61∼75구 3일, 76구 이상 던졌을 때에는 4일을 무조건 쉬어야 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만든 규정이라곤 하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나치게 투구 개수가 적어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팀이 많았다. 선수층이 얇은 일부 비수도권 팀에서는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맥이 빠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룡기, 황금사자기 등 일정이 타이트한 전국대회에서 이 부작용은 더 크게 나타났다. 전국대회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이 최우선 목표인 각 팀 처지에서는 에이스 투수를 빨리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준결승, 결승 등 우승 향방이 걸린 경기에서는 주력투수 의무 휴식일이 채워지지 않아 등판시킬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청룡기 결승이 한 예다. 당시 동성고 에이스 김기훈은 준결승에서 8.1이닝 동안 105개 공을 던져 투수 1일 최대 투구 수를 채웠다. 김기훈 호투로 동성고는 결승에 올랐지만 정작 김기훈은 의무 휴식일 규정에 따라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었다.

도내 고교야구 감독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한창 성장 중인 선수 어깨를 보호하자는 기치는 유지하되 연투가 가능한 투구 수를 45∼50개 정도로 늘리고 이후 규정도 차등 완화하자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각 팀이 32강, 16강에서 전력을 쏟아붓다 보니 이후 라운드가 싱겁게 끝나는 일이 많다. 결승전은 결승전다워야 한다"며 "선수를 혹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투구 수 규제를 조금만 완화해도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김해고 감독 역시 "선수 기량 발전을 고려해 투구 수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구 수 제한은 비수도권 팀에 유리한 규정'이라는 일부 평가에 대한 반박도 있었다.

김성훈 마산용마고 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대부분 비수도권 팀은 특출한 투수 1∼2명 활약에 따라 전국대회 성적이 좌지우지한다"며 "에이스 출전 제약이 큰 현 시스템에서 비수도권 팀 전국대회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감독자협의회는 투구 수 제한 완화와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인데, 회의 결과에 따라 올해 고교야구 판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감독자회의에서는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분리' 안건도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전반기 주말리그는 황금사자기 예선을, 후반기 주말리그는 청룡기 예선을 병행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전국대회 출전과 연결되기 때문에 각 팀도 매 경기 전력을 쏟고 있다. 자연히 일부 선수에게만 출전 기회가 돌아가는 일이 잦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고교 3학년 선수 대학 입시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대학별로 기준이 다르긴 하나 현행 대학 입시 기본은 대체로 '일정수준 이닝, 타석수를 충족하느냐 마느냐'다. 기본을 충족한 이후에는 기록에 따라 순서대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전국대회 예선을 겸하는 현 주말리그 체제에서는 그 기본을 채우기조차 벅차다.

김경환 감독은 "적어도 후반기 주말리그만큼은 전국대회와 상관없는, 3학년 학생들이 위주가 되는 리그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승영 감독 역시 "주말리그를 '순수 주말리그' 취지에 맞게 되돌릴 필요가 있다. 3학년 선수와 학부모, 감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우려도 있다. 주말리그를 3학년 위주로 재편한다면 고교야구 경쟁력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고윤성 마산고 감독은 "감독 부담은 확실히 줄겠지만 선수 위치에서는 팀 승패에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 기록을 쌓기 위한 리그로 변질할 수도 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한 행정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분리 안건과 관련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내부에서는 '전반기 주말리그는 전국대회 예선을 병행하고 후반기 리그는 순수 주말리그로 치른다'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전반기 주말리그 권역별 1위 팀에는 황금사자기·청룡기 출전권을 모두 주고 나머지 팀에는 두 대회 중 한 가지 대회 출전권만 주는 식인데, 감독 대부분도 찬성표를 던진 만큼 도입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후 전반기 리그까지 확대할지는 '승리욕 저하'와 같은 우려를 어떻게 잠재우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독자회의에서는 주말리그 권역 재편 주장도 나올 전망이다. 특히 대구권 강팀과 경상권A(경남권 4팀·대구권 3팀)로 묶인 경남 팀들은 '경남 분리'를 말하고 있다.

김성훈 감독은 "객관적으로 경남권은 대구권보다 전력이 열세다. 경남 고교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남팀끼리만 2경기를 치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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