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 4년 만에 구조된 '척'
삶은 희망의 끈 놓지 않는 자의 것

경제가 온통 잿빛이다. 실물 경기는 갈수록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서민들과 소외계층들은 삶의 목표와 의욕마저 잃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이런 팍팍한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교훈을 주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다.

이 영화는 택배 회사 '페덱스'에 다니는 '척 놀랜드'의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늘 시간에 쫓겨 사는 그는 사랑하는 애인 케리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비행기에 배송 물건을 가득 싣고 날아가다가 바다에 추락한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파도에 밀려 무인도에 와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시간에 쫓겨 살던 그에게 남겨진 것은 오로지 '시간'뿐이었다. 그에게 더 이상 업무를 위한 시간의 중요성 따위는 필요가 없다. 일단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그를 무인도에서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친구 '윌슨'과 케리의 얼굴이 새겨진 펜던트였다. 그는 그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무료함을 달랜다. 그리고 그가 길을 떠나기 전 케리가 준 그녀의 펜던트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꼭 만나리라는 강한 의지가 그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졸지에 자연인이 된 채로 생명을 잇고 이어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자연과 싸워 이긴 끝에 표류한 지 150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돌고 돈다더니, 그의 비행기를 추락시킨 거센 바람은 다시 그의 빈약한 뗏목을 밀어주는 바람이 된다. 그를 무인도에 표류시킨 거친 파도는 다시 뗏목의 재료를 그의 발밑까지 밀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까스로 구조된 후 다시 돌아온 세상은 그가 무인도에서 꿈꾸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의 탈출은 상처만 남기고 끝이 나지만, 그는 "살아나기 위해! 난 끝까지 버텼어. 그러던 어느 날 조수(潮水)가 밀려왔고 바람이 뗏목을 밀어줬어. 난 계속 살아갈 거야.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준비를 한다.

여기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강해 보이지만 결국 고독이라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생존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이며, 삶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자의 것이라는 걸.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길을 잃고 헤매는 수고를 하게 된다. 그 순간 나를 격려해주고, 믿어주며 사랑해주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견디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거나 체념하여 세상과 단절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바닥을 치는 일만 남았다'는 말도 있듯 최악의 순간을 겪고 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 인생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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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든 민초들이야 밟아도 뿌리를 뻗는 잔디 풀처럼 이 경제위기를 버텨내겠지만, 치국(治國)의 첩경, 그것은 민생에 있다는 걸 위정자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옛말에도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없다"고 했다. 제아무리 포용성장이니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벅차다며 아우성을 지른다면 의미 없는 염불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기해년 한 해는 우리 모두 꿈과 희망을 이루고 보람을 함께 나누어 가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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