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긴급보육에 어려움 겪어
가정파견 서비스 활용은 저조

"애들이 아프면 맡길 데가 없죠. 부모님께 부탁드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냥 저희가 휴가 쓰는 게 편해요."

안서희(28)·강정희(33) 씨는 4살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다. 이들은 자녀가 아플 때나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한 명이 휴가를 내고 육아를 도맡는다. 강 씨는 "보육제도가 있어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복지제도가 현실에 크게 부합하는지 의문이 드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들 부부처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맞벌이 가정 대부분이 자녀가 아플 때면 돌봄 공백이 생긴다. 특히 긴급할 때 자녀를 맡길 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79%에 달해 정부의 긴급보육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보육 실태를 조사한 '맞벌이 가정의 긴급보육 실태 및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조사 결과를 보면 78.9%가 긴급할 때 자녀를 맡길 데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긴급보육 발생 빈도는 두 달에 1회 이하 35%, 한 달에 1회 28.5%, 아주 가끔 발생(연중 3회 이하) 20.3% 순으로 조사됐다.

긴급보육 발생 이유는 자녀가 아픈 경우가 64.8%로 가장 많았다. 자녀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한 횟수는 연간 평균 5.52회, 횟수는 자녀 연령이 어릴수록 높아 0세는 평균 7.8회로 나타났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 돌봄지원을 위해 어린이집의 종일제 보육 운영을 의무화하고 노동시간에 부합하는 보육서비스 지원을 위해 시간연장형 보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은 자녀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하면 부모 등 혈연(42.7%)에 아이를 가장 많이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어머니가 휴가를 내고 돌보는 경우가 40.5%, 아버지가 휴가를 내고 직접 돌보는 경우가 11.9%였다.

보육서비스로 대체교사 가정 파견 신청하는 비율은 14.3%에 그쳤다. 부모들은 △파견 돌봄인력 신원 불확실(31.8%) △전문성 의심(26.6%) △낯선 돌봄인력에 대한 자녀의 적응 문제 우려(25.8%) 등을 이유로 보육서비스를 기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미 연구위원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가 아프면 긴급보육 지원은 우선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 현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고정 돌봄인력 확보, 대체교사 서비스 질관리, 아픈 아동에 대한 교육과 아동학대 예방교육 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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