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보다 '사람 중심' 정책
토목·건설 초점 기존의제 탈피
숙의 민주주의 기구 도입 성과
변화에 거부하는 반작용 우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결과로 일어난 경남 민선 7기 지방정부 구성에 큰 변화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경남도를 비롯해 창원·김해·양산·거제·통영·고성·남해가 민주당 인사를 단체장으로 선출했다. 김해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초지자체에 민주당 인사가 시장·군수가 된 건 1995년 민선 시작 이래 처음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경남'을 향한 도민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경남도가 '새로운 경남'의 전체 상(像)을 제시하는 '본부'라면 기초지자체는 도민 삶을 직접 챙기는 '야전'과 같다.

경남 수부도시이자 인구 105만이 넘는 창원시는 '민주당 지방정부'가 이전 보수 시·군정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잣대로 적확하다. 이 점에서 창원시 어깨에 지워진 책임은 그 어느 곳보다 크고 무겁다.

▲ 허성무 창원시장이 지난해 6월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마산 해양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시정에 '소통' 강조 = 허성무 시장은 전임 보수계 시정과 차별점으로 '사람 중심 철학'을 강조했다. 이전 시정은 '토목·건설' 등 개발이익 논리를 우선해 큰 다리, 도로, 건물 같은 무언가 보여주기식 실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민주당 지방정부, 적어도 창원시정은 이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삶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소통'을 이를 구현할 핵심 가치로 여겼다. 이는 '공론화위원회', '갈등관리위원회' 같은 숙의 민주주의 기구로 구체화했다. 소통은 '공개'와 '참여'로 이어진다. 창원 내 대형 현안을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유하고 논의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함은 물론 그 결정 권한까지 돌려주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공론화의 명과 암 = 창원시는 마산해양신도시, 스타필드 창원 입점 문제를 공론화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다. 하지만 공론화위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1호 의제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관련 부서 경과보고와 의견청취를 모두 마치고서 두 달여간 논의를 지속했음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당장 1호 의제를 선정한다손 쳐도 시민참여단 모집, 안건 토의 등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되면 최종 결론은 2~3개월 뒤에나 나오게 된다.

이 탓에 민주당 지방정부가 정책 결정에 과단성이 부족해 과정이 길어지고 논쟁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필드 창원 입점 관련 소상공인과 인근 주민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한 차례씩 기자회견으로 기 싸움을 벌였다. 이 틈을 타 북면 주민들이 스타필드 유치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소통으로 오해와 저항을 줄이겠다던 이들 공론화 절차가 지역 분열과 갈등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로 비치는 사례다. 반면 공론화가 지닌 순기능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창원시 '새 야구장 명칭 선정 위원회' 활동이 대표적이다. 부적절한(?) 행정으로 새 야구장 명칭 선정 과정에 논란이 생기자 시는 위원회를 구성해 약식 '공론화'를 거쳤다. 시 숙의 민주주의 기구 대표자, 시의원, NC 관계자, 야구계, 시민이 참여한 위원회가 토론 끝에 새 야구장 명칭을 확정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일부 마산지역 인사와 정치권이 결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공론의 장에서 공개적인 논의로 오해를 줄인 덕분에 불복 선언이나 대규모 항의 집회 등 대대적인 저항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론화는 이렇듯 현안 관련 불필요한 정쟁이 끼어들 틈을 차단해 안정적인 시정 운영의 밑바탕을 만드는 도구로도 기능하고 있다. 시는 그 위에서 창원 경제 부흥, 방위·수소·항공부품 산업 육성, 마산해양신도시 스마트도시 테스트베드 활용, 근현대사 기념사업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 탈핵경남시민행동이 지난해 12월 창원시의회 앞에서 에너지 전환시대에 역행하는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안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미완성인 '주류 교체'…시정에 부담 = 민선 시작 이래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맞이한 창원시지만 시정은 단체장 한 사람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정 동반자인 창원시의회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국정농단' 여파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지만 의원 구성비를 역전당한 도의회와 달리 창원시의회에서는 여당과 21대 21 동수를 이루며 선전(?)했다. 이른바 창원 내 '주류 교체'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지역 내 여당 경험이 없는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 참패,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탈원전 정책 폐지 촉구 결의안' 통과 등이 대표적이다. 30년 보수 아성이 아직 굳건하고, 문재인 정부 성과에 따라 지역 지지율도 요동치는 경남 현실상 이 같은 반작용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새 마산야구장 명칭을 둘러싼 일부 마산지역 시민 반발도 넓게 보면 그 연장선에 있다.

이 같은 헤게모니 선점 경쟁은 2019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직 연초지만 문재인 정부와 경남 내 민주당 지지율이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고, 한국당이 이 틈을 비집고 당세를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권력 교체 6개월. 새해 창원시는 민주당 지방정부의 차별성을 시민에게 다시금 각인시키는 동시에 집권 세력으로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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