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세가 기울었다 해도 한때 전국 7대 도시에 들었을 정도로 마산의 자존심은 아직 살아있다. 창원 진해와 통합된 뒤 그 이름마저 지워져 가고 있지만, 마산야구장 명칭 변경에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만 봐도 그 자존심이 확인된다.

한때 마산의 문화도 화려했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창동에서 놀아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당시 창동 인근에만 영화관이 수두룩했다. 시민극장을 비롯해 강남, 중앙, 연흥, 동아, 피카디리, 3·15회관 등등. 그래서인지 창동은 늘 북적거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100미터는 밀려간다'는 농담이 진짜처럼 들리던 시대였다.

창원시는 한때 도심재생사업으로 '창동살리기'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하긴 지금도 '아름다운 길'을 만들고자 거액의 예산을 쏟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문화시설을 갖추는 데는 관심 없어 보인다. 영화관도 거의 없고 공연장도 창동예술소극장 하나뿐이다.

딱 1년 전 사설 극장인 극단 마산의 '가배소극장'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나마 창동예술소극장은 창원시가 관리비를 대기에 운영되는 처지다. 그런데, 이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예술단체 중에 불만이 없는 곳이 없다. 무대에서 폴짝 뛰면 천장에 손 닿을 정도다. 그런 무대에 탑 조명은 어떻게 달며, 2층 무대는 또 어떻게 설치하랴. 무대만 악조건이면 언급도 하지 않겠다. 고개를 숙인 채 이동해야 하는 객석, 환기 시설은 꿈도 못 꾸는 데다 화장실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다.

올해도 많은 예술단체가 이곳에서 공연을 올릴 것이다. 왜? 창동에 다른 극장이 없으니까. 솔직히 창원시장이 이곳에 와서 공연을 보시길 권한다. 정책을 현장에서 찾지 않으면 어디서 찾으랴. 더불어 예술인들도 좀 나서서 울어보기라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까지 현실이 이러니 하면서 창작 의욕을 억누를 건가. 창동에 제대로 된 소극장 하나 마련하는 게 창원시나 예술인들에게 올해의 화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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