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각본 없는 '천일대화'의 거대한 경연장이다. 토크쇼도 이런 토크쇼가 없다. 김태우 청와대 전 특별감찰 수사관이 불을 질렀다. 두 번째는 신재민 재정기획부 국고과 전 사무관이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미꾸라지", "6급 김태우가 미꾸라지면 5급 신재민은 쏘가리란 말이냐",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가 뛴다" 등 갖은 '잡어(雜魚)' 이야기가 나왔다.

세 번째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홍카콜라' 및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유튜브다. 네 번째는 대통령 '신년사' 내용이다. 다섯 번째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이다. 여섯 번째는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석방 건이다. 그리고 이들 여섯 항목의 주요 '천일대화'는, 오늘도 주요 언론매체에서 뜨겁게 다루어질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새해 벽두부터 이런 '따끈따끈한(?)' 이슈로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전례는 거의 없었지 싶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이래저래 조용한 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중, 오늘은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이는 첫째, 어제 밝힌바, 김정은 북한 최고지도자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신년사 화두가 나란히 '자력갱생(自力更生)'이었기 때문이다. '자력갱생'에 적합한 영어속담은,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이다. 그런데 이 영어속담의 뜻풀이는 '스스로 돕는 자'보다 '자활 의지가 있는 자'로 번역해야 그 뜻이 선명해진다는 게 필자의 오랜 생각이다.

이런 터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비록 전년도보다 한결 순화되고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필자가 보기에는 80점 넘게 주긴 어려울 것 같다. 경제에 대한 언급은 많았지만, 무엇을 어떤 식으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정책과 전략이 거의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표현이야 깊은 불황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유익할 것 없으니 배제한 게 차라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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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중심 경제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이루는 성장도 과제입니다"라고 한 것은 "수출중심의 경제활동은 범국가적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다. 자원 없는 우리의 처지에서 수출에 방점이 찍혀야 옳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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