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해석 더해진 복고 '뉴트로'
세대 경계 허무는 문화공유 시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 외, 미래의 창)>는 'PIGGY DREAM'으로 2019년 전망을 예측한다. 그중 'Going New-tro 요즘옛날, 뉴트로'가 눈에 들어온다. 레트로(Retro)는 회상, 회고,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전통 등을 그리워하여 그것을 따라하다 음악과 패션, 디자인 등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신조어로 명사화되었다. 패션에서는 과거 지나간 시대의 패션을 현 시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어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지나간 유행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복고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향수를 자극하면 '레트로', 신선함을 느낀다면 '뉴트로'로 표현된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문화는 혼합되고 변형된다. 모방과 창조의 주기가 더욱 가속화된다. 미처 새로운 문화를 향유하기도 전에 변해버리는 방향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시간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지체들이 만들어낸 세대 차이는 단절을 만들고 갈등을 부추긴다. 서로의 생각과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생각을 통해 그저 잔소리가 되어버린 대화들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70~80년대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퀸이라는 밴드를 아는 젊은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명곡은 오늘날에도 CM송, OST 등으로 우리의 귓가에 들려왔었다. 들어는 봤지만 누가 부른 노래인지 제목을 모르는 것과 같이 앎 중에서도 한 표면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앎에서 끝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속 토론의 장이 열리는가 하면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간접경험과 모방 아래 이러한 문화가 무수한 변주를 통해 새로운 동력의 힘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세대의 향수와 신선함이라는 관심을 통해 문화공유가 시작됐다. 당신을 알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듯 프레디 머큐리의 선창과 관객들의 후창에서 "all right!"을 외친 그의 감탄사 사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역사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바다가 보인다. 태초부터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 무수한 파도가 치는 바다를 통해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세상이 다양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펼쳐지는 신세계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한 곳을 향하지 않을 것이다. 무수한 조명들이 켜질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빛을 내며 재해석될 것이다. 그 황금빛에 눈멀지도 모르지만, 가짜와 진짜를 분별할 수 있는 눈도 함께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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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두고 온 많은 것들이 새로운 해의 연장선상에서 자꾸만 이야기를 걸어온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계속 반복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눈으로 오늘을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지닌 내일을 맞이할 것인가.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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