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긴 소각장 증설·김해신공항 논란
상대 파트너 인정해야 문제 해결 가능

참기름, 순 참기름, 진짜 순 참기름. 오래전 한때 식품가게 진열대에 진열된 상표이름이다. 고추장도 고추장에서 순 고추장, 진짜 순 고추장 등으로 수식어가 자꾸 보태졌다. 이런 행태는 모두 불신 풍조에서 비롯됐다. 뜬금없이 이 같은 상표이름을 꺼낸 데는 국토부 김해신공항건설사업과 김해시 장유소각장 증설사업이 불신의 늪에 빠져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소각장 증설문제는 소각장과 암 발생은 무관하다는 김해시의 발표를 두고 시와 증설 반대 측 주민들 간에 공방이 오가고 있다. 주민들은 시의 암 발생 발표를 못 믿겠다고 하고, 시는 관련기관의 객관적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만큼 진실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해신공항건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가·불(可不)'을 놓고 국토부와 부·울·경 단체장(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포함) 간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울경 단체장들과 검증단은 국토부의 속내를 못 믿겠다며 불신하고, 국토부는 검증단의 의중이 의심스럽다며 맞서고 있다.

김해신공항 건설안은 24시간 운항과 유럽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연간 3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이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부울경 단체장과 검증단은 이미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건설안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공항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강행 태세여서 상호 간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

부울경 측은 국토부의 이런 태도는 지역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횡포인 데다 현 정부의 지역분권화에도 역행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문제는 조만간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추진이든 아니면 원점 재검토든 양자 간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상호 간 불신을 없애는 길이다. 불신이 깊어지면 계속된 불신만 양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불거진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장인 김정호(김해 을) 국회의원의 이른바 '공항 갑질' 논란도 따지고 보면 궤적은 다소 다르지만 깊은 내면에는 상호 간 불신 풍조가 자리한 탓이다. 결국 불신이 사람을 잡은 꼴이다. 김해신공항의 불신상태가 장기화되면 자칫 김해신공항에서 순, 진짜 순 김해신공항으로 수식어만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불신 풍조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대화와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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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대안을 찾고자 경쟁 대화 파트너로 생각해야 불신을 해결할 수 있다. 서로 적으로 보는 한 어떤 문제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 합의만 되면 남자가 애 낳는 것 빼고는 다 된다는 우스개 말은 이를 반영하는 본보기다. 말이 안 통한다며 대화를 중단하면 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간신이 충신을 밀어내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이 두 현안사업의 불신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난세의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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