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장애 가능성 누구나 있어
올해 취약계층 감싸는 정책 기대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라고 손꼽히는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일본군이 만취해서 조선인 게이샤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조선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지만, 누구 하나 나서 막을 수 있는 이 없다. 이런 상황에 여주인공이 나선다. 말리는 남주인공에게 이런 말은 한다.

"구해야 하오. 어느 날엔가 저 여인이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OECD 회원국 평균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5%다. 대한민국이 장애 예방을 잘해서가 아니라 장애등록 기준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준을 우리나라에 가져다 쓰면 장애인구는 15%가 나올 것이지만 반대로 적용하면 선진국의 장애인구는 5%가 나올 것이다. 그 5%의 장애인 중에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은 10%도 되지 않는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질병의 악화 등의 후천적인 요인으로 90% 이상이 살다가 장애인이 된다.

우리가 장애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우리 중에서 살아가다가 장애청년, 장애중년, 장애노인이 생길 확률은 최소 5~15%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전제에서 변수가 생겨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화살이 나중에 자신을 겨냥할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한편 장애인이 시민으로서의 능동적 참여를 인지함으로써 'Leave no one behind(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포괄적 발전 목표를 제시하였다.

2016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곤 한다'는 문항에 19.2%가 '그런 편'으로 장애인이 응답하였다. 장애인의 식생활 관련한 태도 또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고착화해 있다. 무상급식 전면 시행,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이제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결식계층은 장애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남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경제성장이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게 투명하고 참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보고 있다. 취약계층인 장애인에 대해서도 사회·정치·경제적 활동과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정책의사결정자 지위에 있는 장애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민 참여, 시민 참여로 여러 사업이 진행됨으로써 국민 알 권리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도정 및 시정 운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에 있어서만큼은 당사자들의 욕구와 이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시급히 계획을 완성하고 판정을 받는 것에 급급해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경남도는 도민이 주도하고 도민이 함께하는 행정혁신으로 새로운 경남을 만드는 기반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힌 기사를 접했다. 거기서 지칭하는 도민에는 장애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서 제외되었나 보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제는 당사자의 관점이 아닌 이상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올해는 사회적 취약계층도 같이 안고 가는 도·시·군정이 되길 바란다.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겨울 같이 차가운 지역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그들에게도 진정한 봄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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