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읍 화양리 1호 상석 옮겨져
시,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해
"비지정문화재 관리에 한계"
전문가, 관리능력 부실 지적

청동기시대 무덤인 고인돌(지석묘)이 허술한 유적관리로 개발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고인돌은 이집트 피라미드나 오벨리스크, 영국 스톤헨지 등과 함께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거석문화로 꼽힌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화양리 1호 고인돌(길이 3.3m, 너비 2.3m, 높이 1m)이 있던 곳을 찾았다. 고인돌이 있던 곳이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게 훼손된 현장을 확인했다. 상석을 받치던 지석 하나는 사라졌고, 상석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나뭇가지로 덮인 큰 웅덩이와 지석 하나만 남아있었다.

이처럼 고인돌이 훼손되고 있음에도 창원시는 고인돌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7년 창원문화원이 조사할 당시 의창구 동읍 화양리 1호 고인돌(사진). /창원문화원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는 지역 내 고인돌이 26기가 있다고 밝혔다. 현황을 보면 마산지역 2곳 7기, 창원지역 8곳 19기이며 진해지역에는 없다. 하지만 창원문화원이 고인돌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마산지역 10곳 28기, 창원지역 21곳 39기 등 총 68기에 이른다. 현황이 다른 것은 창원시가 오래전 조사에 최근 자료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보유한 자료를 보면 진해구는 1999년, 마산과 창원지역은 2005년 실태 파악을 한 결과다. 창원문화원은 2017년 고인돌 조사를 벌였다. 특히 창원문화원은 68기 중 현재 6기가 훼손되거나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창원시는 허술한 유적관리에 대해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와 인력문제를 꼽았다. 창원시 관계자는 "동읍 고인돌 문제는 1월 중 문화재위원 조언을 받아 고인돌 회수를 비롯한 행정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비지정문화재는 현재 창원시가 지닌 인력으로는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도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인적 구조상 비지정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력문제 한계만으로 문화재 관리 허점을 덮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창원시 의창구 동읍 화양리 1호 고인돌의 상석이 과수원 주인 자택으로 옮겨져 있다. /박종완 기자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은 "현황을 파악한 비지정문화재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고인돌 알림판이 훼손돼 알아보기 어려운 곳도 더러 있다. 인력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할지 로드맵이 창원시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학예사는 "인력이 부족하면 민간단체와 협업을 맺거나 학예사 채용 등을 통해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답동 석조보살상(마애석불좌상)을 비롯해 고인돌까지 비지정문화재 관리 부실이 꾸준히 지적되는데도 창원시가 비지정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다. 창원시 문화재 관리능력은 타 시·도보다 10년은 느리다"고 말했다.

권주영 경남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과장은 "현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종합정비계획 수립, 정비재원 확보, 문화재 전문인력 확보 등으로 확산해 문화재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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